이재용 10년만에 삼성전자 회장 취임…"강력한 리더십 절실"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한지연 기자, 오문영 기자, 오진영 기자 2022.10.2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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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 취임, 뉴 삼성 시대 上]

"강력한 리더십 필요" 전대미문 위기 앞 삼성, 이재용 회장 취임



27일 이사회 의결을 통해 공식적으로 회장 자리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날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을 마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 회장은 취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제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라며 "많은 국민들의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27일 이사회 의결을 통해 공식적으로 회장 자리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날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을 마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 회장은 취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제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라며 "많은 국민들의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취임했다. 취임식도, 별도의 취임사도 없이 조용히 이뤄졌다. 전대미문의 위기 앞에서 풍전등화 상태에 놓인 삼성을 이끌어갈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했다는 게 이 회장의 승진을 결정한 이사회의 판단이다. 재계에선 날로 격화되는 미·중간 패권경쟁 등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가 과감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국가경제 회복에 기여하길 바란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회장 승진 안건을 의결했다.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2012년 부회장에 오른 지 10년 만이다. 김한조 이사회 의장이 회장 승진 안건을 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이날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승진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깨가 무겁다. 국민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짧막한 소회를 밝혔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책임 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이같이 의결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삼성전자는 실적(확정치) 발표를 통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31.39% 감소한 10조852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분기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은 2019년 4분기 이후 약 3년만이다. 글로벌 IT 수요 부진과 메모리 시황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4분기 실적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불황이 오랜기간 지속되면 삼성전자가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삼성은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타계 이후 심각한 복합 위기 상황에 처해있다. 코로나19(COVID-19) 상황이 지속되며 IT산업 패러다임 급변으로 주력 사업 불확실성이 빠르게 증폭되고 있다. 이 회장이 지난 8월15일 사면복권을 통해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나설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지배구조 개편 관련 송사에 메여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 회장도 당초 회장 승진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은 부친이 2014년 와병생활을 시작한 이후 기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왔다. 구체적으로 △2018년 180조 투자·4만 명 채용 발표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발표 △2022년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삼성의 미래 준비 등을 진두지휘했다. 대외적으로는 이 회장은 부회장 직함이긴 했지만 삼성을 대표하는 총수로 활동했다. 2018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그룹의 동일인(실질적 총수)으로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을 지정했다. 또한 각종 정부행사에도 삼성을 대표해 참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대내외 경영환경이 빠르게 악화되면서 회장 승진을 고사할 명분이 옅어졌다. 이 회장은 이달 25일 부친의 2주기 추도식 직후 경영진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글로벌 시장과 국내외 사업장들을 두루 살펴봤다. 절박하다"면서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며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할 때"라고 했다.

이 회장은 선대로부터 이어온 인재경영, 기술경영의 기치를 이어갈 계획이다.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으며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성별,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면서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고 했다. 또한 "인재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면서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 회장은 1968년생으로 올해 55세(만 54세)를 맞았다. 경영자로서는 전성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나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에 비해서는 늦은 나이지만 사실상 그룹을 이끌면서 제2의 신경영 비전을 준비해왔다. 이 회장은 2017년부터 회사에서 보수를 받고 있지 않고 있다. 회장 취임 이후에도 보수를 받지 않는 '무보수 경영'을 이어갈 계획이다.

정부는 이 회장의 취임과 관련해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경영자로써의 역할을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한 것과 관련해 "(삼성이) 중요한 기업이니까 거기에 맞게 (이 회장이) 또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삼성이 투자도 많이 하고 경제에 많은 기여를 하고 초격차기술도 많이 개발을 해서 대한민국 경제에 중요한 플레이어임에는 틀림이 없다"며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기여도 많이 하고 건설적인 경제 활동을 하는 플레이어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이 회장의 취임에 한 껏 기대감을 내비쳤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이 회장의 취임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신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우리 앞에 놓인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바꿀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그동안 삼성그룹의 최고경영자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해온 만큼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경영 안전성을 높이는 결정"이라며 "대외 경영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위기 대응을 위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한국경제의 리딩 컴퍼니로서 미래전략을 수립하는데 과감한 의사결정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 회장' 오른 이재용 "무거운 책임감…초일류 기업 만듭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10년만에 회장으로 승진했다/사진제공=삼성전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10년만에 회장으로 승진했다/사진제공=삼성전자
27일 승진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을 만들자"며 "그 앞에 서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별도 행사나 취임사 없이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는데, 앞서 25일 아버지인 고 이건희 회장 2주기 때 사장단 간담회에서 밝힌 소회와 각오를 이날 승진 후 사내게시판에 올려 취임사로 갈음했다.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회장은 "선대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게 제 소명"이라며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곧바로 엄중한 현실과 냉혹한 시장 상황 속 위기 의식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안타깝게도 지난 몇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야 한다.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거듭 강조해왔던 인재와 기술 중시 철학을 또 한번 드러냈다. 이 회장은 "창업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라며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며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낸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창의적 조직 문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나아가면서도 상황 변화에 유연하고, 우리의 가치와 질서를 존중하면서도 다양성을 인정하는 개방적인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1등 기업으로 사회적 책무에 대한 다짐도 빼놓지 않았다. 이 회장은 "우리 삼성은 사회와 함께해야 한다"며 "고객과 주주, 협력회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 나아가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기업, 세상에 없는 기술로 인류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업이 그가 그리는 미래의 삼성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듭시다!"라며 "제가 그 앞에 서겠습니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참으로 어깨가 무겁다" 삼성 이재용 시대…그 앞에 놓인 과제들

이재용 10년만에 삼성전자 회장 취임…"강력한 리더십 절실"
27일 회장 취임으로 본격적인 삼성의 이재용 시대 막이 올랐다. 이재용 삼성전자 (80,800원 ▲1,000 +1.25%) 회장의 어깨도 한층 무거워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 그룹의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한 그룹 컨트롤타워 복원 여부, 지배구조 개편도 숙제다.

이 회장이 우선 시장 침체로 인한 위기를 타개할 신성장동력 확보에 적극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이 회장은 반도체와 바이오, 차세대 통신, 신성장 IT 등 10년 이상의 미래를 내다보고 주력 산업을 선택해왔다.

반도체 분야에선 메모리반도체 글로벌 1위를 넘어 팹리스(반도체 설계)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위탁생산)까지 반도체 종합 1위를 달성하겠단 목표다. 올해 5월 발표한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 계획에서 300조원 가량이 반도체에 투입된다.

바이오는 이 회장이 선택한 '제 2의 반도체'다. 이 회장은 평소 삼성 그룹이 개별 기업 차원의 이익 창출을 넘어 국가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코로나19(COVID-19)사태 이후 바이오 산업이 국가 안보 전략으로 부상하면서 이 회장의 바이오 산업 육성 의지가 더욱 강력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미래통신 시장 역시 이 회장이 진작 점찍은 미래 성장동력 분야다. 이 회장은 지난해 말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통신도 백신만큼 중요한 인프라다.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아쉬울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만큼 단기간 성장이 가능한 대형 M&A(인수합병)를 통해 자신만의 뉴삼성을 구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125조8896억원이다. 1년 내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을 포함하면 자산이 2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이렇다할 M&A를 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초 3년 내 의미있는 규모의 M&A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이 회장이 조만간 관련 소식을 전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이 회장은 최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나 매물로 나와 있는 영국 팹리스 기업 ARM과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삼성 그룹의 숙원인 지배구조 개편도 이 회장 앞에 놓인 과제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 회장을 포함한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 최대 주주(17.97%)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는 형태다. '삼성전자' 회장 직함을 달았지만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1.63%에 불과하다. 이 회장이 삼성의 계열사 전체를 끌어가고 있지만 '삼성그룹 회장'이나 '삼성 회장'이라는 직함을 쓰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아울러 그룹 캐시카우이자 주력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 회장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지주사 전환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삼성은 2017년 미래전략실을 폐지한 후 삼성전자(사업지원TF)와 삼성생명(금융경쟁력제고TF), 삼성물산(EPC경쟁력강화TF) 등 3개 회사가 각각 태스크포스(대책 본부)를 만들어 계열사들을 관리하고 있다. 3개의 대책본부가 개별적으로 논의하는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목소리가 삼성 내부에서조차 힘을 얻으면서다.

컨트롤타워 부활이 과거로의 회귀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그룹의 전사적인 역량을 쏟아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선 결단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 회장은 이날 사내 게시판에 게재한 회장 취임 소회에서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며 적극적인 시장 개척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회사가 없으니 삼성 그룹을 지분 관계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총수 이재용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삼성 그룹은 분명 존재한다"며 "이 회장이 큰 틀에서 그룹의 운영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랑받는 삼성 만들자" 따뜻해지는 이재용의 '뉴 삼성'

(서울=뉴스1)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현지시간) 삼성전자 파나마법인에서 열린 중남미지역 법인장 회의에 참석한 후 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파나마법인은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설립한 해외 지점으로, 파나마는 삼성전자가 1977년 컬러TV를 최초로 수출한 국가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제공) 2022.9.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현지시간) 삼성전자 파나마법인에서 열린 중남미지역 법인장 회의에 참석한 후 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파나마법인은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설립한 해외 지점으로, 파나마는 삼성전자가 1977년 컬러TV를 최초로 수출한 국가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제공) 2022.9.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듭시다! 제가 그 앞에 서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시대가 시작됐다. 27일 이사회 의결을 통해 공식적으로 회장 자리에 오른 이 회장은 삼성을 '사랑받고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는의지를 재차 밝혔다.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달 25일 고 이건희 회장 2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경영진들에게 소회와 각오를 밝혔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 삼성은 사회와 함께해야 한다"며 "고객과 주주, 협력회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 나아가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기업, 세상에 없는 기술로 인류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업, 이것이 여러분과 저의 하나된 비전, 미래의 삼성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동안 이 회장은 과거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인해 무너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준법경영 확립에 총력전을 펼쳐왔다. 2020년 5월 △준법문화 정착 △노사문화 개선 △지속가능한 경영시스템 구축 등 사회적 기대와 국민들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변화를 약속했다.

삼성은 외부의 독립적인 준법감시기구인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회장은 이달 12일 준법감시위원회를 찾아가 그룹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 가치 향상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에 노조가 설립되고 임금협상이 체결되는 등 '건전한 노사문화 정착'에 한 발짝 다가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삼성은 2018년에는 불법파견 논란이 있었던 삼성전자서비스 엔지니어 등 협력회사 임직원 8천여명을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직접 고용했다.

반도체·LCD '백혈병' 노동자들에 대한 보상안을 마련해 10년 넘게 이어져 왔던 묵은 난제를 해결한 것도 이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삼성은 이 회장이 4세 승계 포기를 전격적으로 선언한 후, 지속가능한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컨설팅을 받고 있다. 2018년에는 그동안 재벌 체제의 대표적인 폐해로 여겨지던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함으로써 자본시장에서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평가도 받았다. 2018년 9월엔 삼성화재와 삼성전기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모두 처분해 그동안 비판을 받아 온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했다.

2020년 2월엔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박재완 이사가 회사 역사상 최초로 사외이사로써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아울러 '배려와 양보'를 뛰어넘어, '우리 사회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역량'을 업그레이드함으로써 '파이' 자체를 키워 더 크게 나누자는 의미를 담은 '동행(同行)'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

이 회장은 2019년 삼성전자 창립 50주년을 맞아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고 말하며 '사회와의 동행'을 강조했다.

삼성은 전자산업의 불모지에서 사실상 맨손으로 시작해 맹렬한 추격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이제 기존의 시장을 장악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퍼스트 무버'의 입장으로 바뀌었다. 즉 기존 시장에서 1등이 되는 차원을 넘어 미래를 만들 수 있는 근원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새로운 상황인 것이다.

작지만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중소기업은 물론 협력업체, 그리고 산업의 기반을 이루는 기초과학 분야에 이르기까지 모두 함께 미래로 나아가는 '동행'이야말로 삼성이 새로운 미래시장을 개척하고 초격차를 확대하는 근원적인 힘이라는 게 이 회장의 판단인 것이다.

이 회장의 '동행' 철학은 삼성의 경영에 넓고 깊게 녹아 들었다. 삼성전자는 △청년들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제공해 취업 기회 확대(SSAFY)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C랩을 외부로 확대해 청년 창업 지원 △중소기업 의 스마트공장 전환 지원 등의 CSR 사업을 추진 중이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함께 풀고 삶의 조건도 같이 개선함으로써, 삼성이 '미래로 가는 길을 함께하는 신뢰받는 동반자'가 되도록 만들겠다는 의미다.

협력회사 및 국내 산업 생태계와 함께 성장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우수 협력회사 대상 인센티브 지급 △3조원 규모의 협력회사 지원 펀드 운영 △국내 중소기업 2500곳의 스마트공장 전환 지원 △산학협력에 매년 1천억원 투입 △혁신적인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1조5000억원 규모의 미래기술육성사업 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글로벌 네트워크와 삼성의 기술을 활용해 인류 발전을 위한 전 지구적 난제 해결에도 기여하고 있다. 삼성은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과 함께 물이나 하수 처리 시설이 부족해 화장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저개발국가를 위해 물이나 하수 처리 시설이 필요 없는 신개념 위생적 화장실(Reinvented Toilet) 프로토타입 개발에 성공했다.

이 회장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만남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메일, 전화 및 화상 회의를 통해 빌 게이츠와 의견을 주고 받는 등 프로젝트를 직접 챙기며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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