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위기를 잉태한 증권사의 책임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2.10.28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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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23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 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2022.10.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23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 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2022.10.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자업자득(自業自得), 결자해지(結者解之)'

채권시장 쇼크가 시작된 전후로 만난 금융당국 인사들이 답답한 듯 토로한다.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게 맞다"며 시장 개입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던 금융당국이다. 소화기를 들고 이리저리 뛰면서 끓는 화를 삭인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 호황기 때 증권사들이 PF(프로젝트파이낸싱)로 쉽게 떼돈을 벌지 않았나. 그걸로 억대 성과급 잔치도 벌였다. 그 돈으로 리스크 관리도 안하고 뭐 했나. 뻔뻔하다."



레고랜드 디폴트(채무불이행)이 시장에 큰 충격을 준 게 사실이다. 지자체 보증물이 나자빠질 판이 돼 버리면서 채권시장이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이러다 다 죽는다, 빨리 살려달라"는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당국이 뭉그적거리다 이 지경에 이르렀단 비판도 있다. 하지만 위험을 잉태한 증권사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부터 금리 상승으로 인한 경고메시지는 여러 차례 울렸다. 금융당국도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외쳐왔다.



증권사는 2020년초 코로나 초기 ELS(주가연계증권)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입 통지) 사태도 겪어봤다. 그때도 당국 등이 공급한 약 6조원의 자금으로 살아났다. 그런데 또 반복이다.

이번에도 돈을 지원해줄테니 최소한의 자구 노력, 업계의 자율적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당국 입장이 이해되는 지점이다. 증권업계는 자체적으로 부동산 PF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제2의 채권시장안정펀드' 출자를 놓고 세부 조율 중이다. 증권사가 보유한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등을 업계 차원에서 소화하자는 차원이다.

일부 반발이 있었지만 증권업계 차원에서 책임을 나눠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본다. 돈은 증권사가 벌고 위기가 닥칠 때마다 정부가 매번 물을 채워줄 순 없는 노릇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유동성 경색 국면이 두세차례 더 올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이 기회에 땜질식 처방을 버리고 당국과 증권사가 위기 시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대응 시스템을 매뉴얼화하는 방법을 논의했으면 한다.
[기자수첩]위기를 잉태한 증권사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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