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빙하기 M&A 올스톱···표류하는 MG손보-KDB생명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22.10.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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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금융시장 M&A(인수합병) 매물들의 새주인 찾기가 난항을 겪고 있다. 잠재적 인수 후보군이 분명히 있지만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곳은 없다. 국내외 시장이 모두 얼어붙자 투자심리까지 위축돼 버렸다는 분석이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이하 MBK)와 홍콩계 투자금융그룹 SC로이가 MG손해보험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하거나 계획 중이지만 거래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인수 후보군이 구체적으로 압축됐다고 볼 수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투자업계는 입을 모은다. 특히 MBK는 과거 생명보험사인 오렌지라이프에 투자 후 신한금융그룹에 성공적으로 매각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안팎으로 안정적이었던 오렌지라이프와 달리 MG손보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될 만큼 재건에 시간이 걸리는 회사다. 100%를 의무적으로 넘겨야 하는 RBC(지급여력)비율도 올해 상반기 기준 74%수준에 머물러 있다. 인수에 필요한 자금과 함께 건전성 회복 차원의 적지 않은 투자를 별도로 해야 한다.



당초 MG손보 매각주관사 삼일회계법인은 9월 본입찰 후 이달 초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점점 시기가 밀린다. 다음달이나 돼야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마저도 확실하지 않다. 인수 후보자들이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아닐지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MBK가 대주주인 롯데카드도 새 주인 찾기에 나섰지만 구체적인 논의가 들려오지 않는다. 롯데카드는 지난 9월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하나금융그룹 등 복수의 기관들이 참여했지만 진전이 없다. 롯데카드 지분 20%를 보유한 유력 인수 후보 우리금융그룹은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흥행 실패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롯데카드는 MBK가 인수할 당시 517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을 지난해 2414억원으로 거의 5배 올렸다. '로카 시리즈'라는 대표 브랜드도 내놨을 만큼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드 부문이 약한 금융지주에 구미가 당기는 상품이지만 3조원으로 예상되는 몸값이 모든 부분에서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는 고금리·고인플레 상황에서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이와 함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M&A시장에 뛰어든 KDB생명과 사모펀드 JKL파트너스가 인수한지 3년여가 된 롯데손해보험의 매각도 당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투자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KDB생명은 이달 중 입찰공고를 내고 새주인 찾기에 나설 예정이지만 하향 산업인 생보사의 중하위권 업체를 사려는 인수자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가가 크다. 롯데손보는 당장 인수 후보 구인이 쉽지 않다고 판단해 새로운 보험사 자본 규제인 IFRS17(새국제회계기준) 실시 이후 시장 상황을 보고, 투자금 회수에 나서는 시나리오까지 내부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약한 계열사를 메우려는 금융지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하는데 시장 상황이나 내부 분위기 상 쉽지 않다"며 "금융사 매물들이 시장에서 오랫동안 표류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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