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브로너스, '착한 OO' 가치제안…셀럽 인기 한몸에

머니투데이 김상희 기자 2022.10.30 06:00
글자크기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브랜드 혁신 스캐너 #5 - "닥터 브로너스"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닥터 브로너스 카스티야 비누/사진=flickr닥터 브로너스 카스티야 비누/사진=flickr


레이디 가가, 나탈리 포트만, 기네스 펠트로, 산드라 블록, 드류 베리모어, 바비 브라운, 루시 리우 등. 음악, 연기, 메이크업 비즈니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 셀럽(유명인)의 공통점은? 이들은 모두 다용도 세정 용품인 닥터 브로너스 애용자다. 닥터 브로너스는 이 셀럽들에게 광고비를 한 푼도 주지 않았지만 알아서 제품이 좋다고 미디어와 SNS를 통해 말하고 다닌다.

닥터 브로너스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천연 바디케어 브랜드다. 대표 상품인 카스티야 비누 등으로 지난해 1억 6900만 달러의 수익을 얻었다. 닥터 브로너스는 독일의 유대인 비누 제조 가문 출신 엠마뉴엘 브로너가 1948년 설립했다. 브로너 가문은 독일에서 1858년부터 비누를 만들기 시작했다.



카스티야 비누는 액체비누로 일반적인 비누가 돼지기름 등 동물성 지방을 사용하는데 반해 올리브, 팜, 코코넛, 호호바 등 식물성 기름으로 만든다. 스페인 카스티야 지역 올리브로 처음 만들어 카스티야 비누로 이름 붙여졌다. 카스티야 비누는 몸을 씻는 용도 외에도 세탁 세제, 반려동물 샴푸, 과일 세정제 등 다용도로 활용된다. 일부 이용자들은 에센스 오일, 증류수 등 몇 가지 성분을 혼합해 커스터마이징(개인화) 한 클렌징 제품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닥터 브로너스가 셀럽들이 극찬하고 해당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비즈니스 모델에 있어 확실한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을 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모델을 도식화한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에서 가운데 위치하는 가치 제안은 고객이 기업과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를 말한다. 즉 기업이 어떻게 고객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고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는지를 정의한 것으로, 회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이점을 집약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제품이 새롭고 혁신적이거나 기존 시장 제품과 유사하더라도 기능과 특성 등에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다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착한 성분, 건강·환경·지속가능성 가치 제안
유해한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닥터 브로너스가 소비자에게 가장 먼저 제안하는 가치다.

사람들은 이제 소비에 있어 지속 가능성을 중요시한다. 과거에는 품질 좋고 저렴한 물건이 최고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품질과 가격만 생각한 결과는 환경을 파괴하고 건강을 해치는 등 결국 부메랑이 돼 우리들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갈수록 소비자들은 기후 변화, 건강 등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되고, 비싸더라도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ESG(환경, 사회적 가치, 지배 구조)가 경영의 화두가 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몸에 사용하는 각종 화장품, 목용 용품 등의 경우에도 과거에는 향이 진하거나 강한 세척력을 보이는 등 기능 자체에 주목했지만, 석유에서 뽑아낸 각종 화학 성분의 원료가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 점차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유해 성분을 제외한 제품들을 찾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환경 호르몬 등 일정 기간 동안 체내에 쌓이는 유해 물질의 총량을 말하는 '바디버든'을 화장품, 바디케어 용품을 선택할 때 중요한 기준으로 고려한다. 화해와 같은 화장품 성분 정보 제공, 유해 성분 분석 앱이 성공적인 비즈니스로 자리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닥터 브로너스는 일찌감치 유해한 성분을 포함하지 않은 제품을 선보여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제품이 됐다.

국내에서도 피부에 자극이 되는 유해 성분이 없어 등드름(여드름 등 등에 발생하는 피부 문제)에 효과가 좋고, 순한 성분으로 아기들도 사용 가능하다는 점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얻었다.

합성 성분, 유해 화학 물질이 포함되지 않아 비누 자체가 완전 생분해돼 환경친화적이라는 점과 모든 액체 비누 제품에 100% 재생 폴리에틸렌 페트병을 사용한다는 점 역시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 제안하는 가치다. 닥터 브로너스는 환경 문제 해결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점을 인정받아 미국의 재활용 관련 풀뿌리 네트워크 제로 웨이스트 USA의 '제로 웨이스트 히어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직원과 고객, 환경과 지구를 생각하는 '우주 원칙'

나탈리 포트만과 기네스 펠트로 등은 닥터 브로너스에 대해 단지 성분뿐 아니라 공정 무역을 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 이유로 꼽았다.

공정 무역은 개발 도상국의 생산자와 근로자들이 합당한 생산원가와 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는 무역을 말한다. 가격 경쟁력을 위해 발생한 아동 노동력 착취 등의 부당 행위를 배제하고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로 빈곤을 막는 것을 지지한다.

닥터 브로너스, '착한 OO' 가치제안…셀럽 인기 한몸에
닥터 브로너스는 2021년 3958톤의 공정무역 오일을 사용하는 등 2137만 2321달러 규모의 공정무역을 실천했다. 무역 대상 개발 도상국에 9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해당 지역의 교육, 건강, 물, 위생 등 사회 공동체 프로젝트에 97만 3563달러를 지원했다.

공정 무역 외에도 여느 기업과 다른 기업 문화 역시 소비자들이 닥터 브로너스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긍정적 가치를 실현하게 한다.

닥터 브로너스 직원 중 63%는 BIPOC(black, indigenous and people of colour, 백인이 아닌 흑인, 원주민, 유색인종)다. 특히 관리자 직급에서도 43%가 BIPOC다.

지난해 기준 직원 최저 시급은 22달러로 캘리포니아주 최저임금 대비 약 57% 높다. 특히 닥터 브로너스는 가장 높은 임금을 받는 임원의 급여 상한선이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직원의 5배로 정해져 있다. 미국의 경제정책연구소가 2021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미국 CEO의 평균 보수는 근로자의 351배였다. 이 밖에 비싼 의료비로 악명 높은 미국에서 100% 의료비를 지원하는 등 직원 복지가 좋은 기업으로 알려졌다.

닥터 브로너스는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우주 원칙'으로 이름 붙인 6가지 행동 강령을 만들었다.

우주 원칙은 △열심히 일하고 성장하라 △고객에게 올바르게 행동하라 △직원을 가족처럼 대하라 △공급업체들에 공정하라 △지구를 집처럼 대하라 △옳은 것을 위해 자금을 대고 투쟁하라이며 직원, 고객, 파트너, 환경 등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담았다.

창업자 엠마뉴엘 브로너의 손자인 데이비드 브로너는 히피 성향으로 스스로의 직책을 '우주 참여 책임자(CEO, Cosmic Engagement Officer)로 부르는 등 기행으로 유명하다. 데이비드는 대마, 환각(사이키델릭) 치료 등을 옹호하고 대마 관련 문제로 실제 수감이 되기도 하는 등 논란이 있지만 환경, 동물 권리, 인종 문제, 최저 임금 등에 있어 실천하는 행동주의 리더로 꼽힌다. 자신 임금의 10% 수준을 유기농 식품과 농업, 동물 복지, 형사 사법 개혁, 아동 및 청소년 복지 등 자선 사업에 사용한다.

데이비드와 형제이면서 닥터 브로너스 회장을 맡은 마이클 브로너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닥터 브로너스가 지지하는 일은 우리 시대의 필수적인 사회 및 환경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우리는 사람과 지구를 위한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러한 사명을 완수하는 방법은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변화에 기여하는 조직과 프로젝트 지원에 수익을 바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