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혐의→고발"…'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왜 6년 만에 뒤집혔나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2.10.27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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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남동일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국장이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애경산업(주) 등 3개사가 CMIT/MIT 성분을 함유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며 객관적 근거없이 인체에 무해하고 안전한 제품으로 거짓·과장 광고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 1천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2.10.26.[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남동일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국장이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애경산업(주) 등 3개사가 CMIT/MIT 성분을 함유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며 객관적 근거없이 인체에 무해하고 안전한 제품으로 거짓·과장 광고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 1천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2.10.26.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16년 사실상 무혐의 판단을 내렸던 '가습기 살균제 부당광고 사건'의 결론을 뒤집고 살균제 제조·판매 업체에 과징금·고발 처분을 내렸다. 공정위는 2018년에도 2년 전 판단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재조사를 거쳐 해당 기업에 과징금·고발 처분을 내렸지만, 당시에는 심사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설정하는 문제가 있었다. 공정위의 두 차례에 걸친 오판이 '6년 만의 사건 종결'이란 '흑역사'를 남겼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26일 가습기 살균제 판매사 애경산업, 제조사 SK케미칼의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위반을 적발해 과징금 총 1억1000만원을 부과하고 각 법인과 전직 대표이사(애경 1명, SK 2명)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가 2002~2005년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없다"고 거짓 광고한 데 따른 조치다.



공정위가 이번 사건 관련 사실상 무혐의 판단을 내렸던 2016년에도 공정위 심사관(검찰 격)은 두 업체에 대한 제재를 주장했다. 지난 2017년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입수·공개한 당시 공정위의 심사보고서(공소장 격)에 따르면 공정위 심사관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각각 250억원, 81억원의 과징금 부과 및 고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공정위원들은 해당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위해성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위법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심의절차를 종료했다.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 2018.12.10/뉴스1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 2018.12.10/뉴스1
2017년 김상조 당시 공정위원장은 2016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 처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반영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평가 TF(태스크포스)'를 운영했다. TF는 공정위의 심의절차 종료와 관련해 표시광고법 입법 취지에 비춰볼 때 너무 법을 엄격하게 해석해 위법성 판단을 유보한 것이 '실체적 측면'에서 잘못이고, 공정위가 전원회의가 아닌 소회의에서 위법성을 판단한 것이 '절차적 측면'에서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TF의 해당 발표 당일(2017년 12월 19일) 김상조 당시 공정위원장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공정위는 재조사를 거쳐 2018년 2월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과징금 총 1억3400만원을 부과하고 각 법인과 전직 대표이사(SK 2명, 애경 2명)를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공정위 오판이 있었다. 당시 공정위는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제품용기 라벨, 홈페이지 등에 게시된 광고만 문제 삼고 두 회사가 보도자료를 배포해 각 언론사가 작성한 3개의 온라인 기사는 심사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공정위 심사관은 앞서 2016년에도 3개 온라인 기사는 심사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고 같은 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단체 한 대표가 헌법소원을 냈다.

지난달 헌법재판소는 공정위가 3개 온라인 기사를 심사 대상에 포함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헌법소원)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 절차 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해당 온라인 기사도 표시광고법상 광고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재조사에 착수했고 이번에 과징금·고발 조치를 결정했다.

남동일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건 처리가 결과적으로 상당히 늦어졌다"며 "공정위 처분에 대해 굉장히 아쉽게 생각한다는 지적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취지 정도의 조금 더 적극적인 판단이 부족했던 것은 저희도 아프게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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