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원+α 시장에 풀린다"...혹시 물가에 기름 부을까?

머니투데이 세종=안재용 기자, 유효송 기자 2022.10.27 05:48
글자크기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23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2.10.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23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2.10.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최근 강원도 레고랜드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자금시장이 경색되는 것을 막기 위해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발표하면서 물가상승압력이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동성 확대가 자산효과(wealth effect)로 이어질지 여부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산효과는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자산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늘어난 유동성이 채권시장에 머물다 회수되면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지 않겠지만, 주식·채권가격을 상승시켜 소비·투자를 늘리면 물가가 추가로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3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결정된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정부가 발표한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은 구체적으로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20조원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이 물가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일부 금융기관·기업들을 돕기 위한 조치이지만, 시장에 50조원 넘는 돈이 풀리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물가상승률이 재차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2022년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3으로 전년 동월 대비 5.6% 상승했다. 물가상승률은 7월(6.3%)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5%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자산효과 발생 여부가 유동성 공급이 물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 결정할 것으로 봤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쨌든 50조원 규모 유동성이 공급되는데 중요한 건 공급된 돈이 채권시장에서 순환되다 회수되느냐, 아니면 소비, 투자 증가로 이어지느냐 하는 것"이라며 "'부의 효과'(자산효과) 발생 여부에 따라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지 아닐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 시점에서 자산효과 발생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고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해당 유동성이 자금시장 경색을 막기 위해 공급되는 것인 만큼 물가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정도의 자산효과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 설명했다. 또 채권시장안정펀드(이하 채안펀드) 등의 경우 캐피털콜(펀드 자금 요청) 등을 통해 유동성을 흡수하는 구조도
갖추고 있어 유동성 순증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봤다.

기재부 관계자는 "풍부한 곳에서 부족한 곳으로 자금을 옮겨주는 개념"이라며 "최근 시장상황을 고려하면 유동성 공급으로 자산효과가 나타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월3일 1.855%에서 이날 오전 11시30분 기준 4.241%로 상승했다. 채권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큰 폭으로 가격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또 내년 상반기까지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라 자산 가격이 오르기는 쉽지 않다.

한은도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4일 국정감사에서 "(유동성 공급이) 물가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며 "23일 발표된 대책은 미시적 정책으로 금융안정을 시도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은에서 직접적인 유동성 공급은 하지 않아 물가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