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큐어, 적자 지속에 유증 반토막…성공해도 빚 다 못갚아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22.10.2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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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큐어, 적자 지속에 유증 반토막…성공해도 빚 다 못갚아


아이큐어 (1,912원 ▼27 -1.39%)가 주주배정 유상증자(유증)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403억원으로 반토막났다. 당초 800억원을 계획했지만 주가 하락에 따라 발행가액을 조정했기 때문이다.



아이큐어는 800억원을 조달해 477억원으로 제4회차 전환사채(CB)를 상환할 계획이었다. 나머지 223억원을 시설자금 투자, 100억원을 운영자금으로 쓰려 했다. 하지만 1차 발행가액 기준 403억원 규모의 유증을 완료하더라도 제4회차 CB 전액 상환이 불가능하다. 제약공장 증설과 연구개발 투자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이큐어는 채무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연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4일이 신주배정기준일이고, 오는 12월 1일 발행가액을 확정해 공고한다. 이어 같은 달 5~6일 구주주 청약을 받고 27일 신주가 상장하는 일정이다.



4회차 CB 미상환원금 477억원…내년 2월부터 풋옵션 행사 가능
아이큐어가 대규모 주주배정 유증에 나선 이유는 CB 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아이큐어가 2021년 2월 발행한 500억원 규모 4회차 CB의 풋옵션(조기상환권) 행사 가능 기간이 2022년 2월 2일부터다. 현재주가와 전환가액 간 괴리가 크기 때문에 사채권자는 현금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9월 22일 기준 4회차 CB의 미상환원금은 477억2000만원이다. 이자율이 0%라 최근 금리 환경을 고려할 경우 사채권자가 CB를 계속 보유할 이유가 없을 것이란 해석이 합리적이다.

아이큐어는 1차 발행가액 기준 403억원 규모의 유증을 성공적으로 마치더라도 자체 보유 현금을 더해야 4회차 CB 풋옵션에 대한 대응이 가능하다.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시설투자나 운영자금 확보도 물건너갔다.

주주들의 원성은 높아지고 있다. 아이큐어 주가는 2021년 2월 한때 3만원을 넘기도 했다.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가운데 지난 9월 대규모 주주배정 유증 계획을 발표하면서 급락했다. 이달 들어 주가는 4000원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현재가 기준 시가총액은 800억원을 밑돈다.


2018년 상장 당시 기업가치 4000억원 이상…약속과 달리 적자행진
아이큐어는 경피약물전달시스템(Transdermal Drug Delivery System: TDDS) 기술을 앞세워 2018년 7월 상장했다. 상장 당시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는 4000억원을 훌쩍 넘었다.

특히 상장 직전인 2017년 1억4300만원의 영업이익 흑자를 거두면서 이익창출능력을 갖춘 바이오로 주목받았다. 아이큐어는 IPO(기업공개) 과정에서 2018년 45억원, 2019년 125억원, 2020년 204억원, 2021년 388억원의 영업이익(별도기준)을 올리겠단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하지만 약속과 달리 2018년부터 한 차례도 이익을 내지 못했다. 상장 첫 해인 2018년 별도기준 75억원 영업손실로 적자전환 한 뒤 2019년 75억원, 2020년 185억원, 2021년 267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역시 영업손실 85억원으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매년 적자가 누적되면서 재무 건전성 역시 악화하고 있다. 아이큐어의 올해 상반기 말 연결 기준 총 부채는 1224억원, 부채비율은 147.3%로 상승했다. 매년 적자가 누적되면서 결손금이 증가한 영향이다.

최대주주 유증 배정주식 30% 인수 예정…"CB 대응 가능, 수익성 개선 노력"
이번 주주배정 유증에 아이큐어 최대주주인 최영권 회장은 배정 주식의 30%를 인수할 예정이다. 최대주주측 특수관계인이 유증에 얼마나 참여할진 미지수다.

아이큐어는 유증으로 조달한 자금과 자체 보유 자산 등으로 4회차 CB 풋옵션에 대응할 수 있다 강조했다. 또 이익률 제고를 위한 노력과 제약 및 화장품 사업 성장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단 계획이다.

아이큐어 관계자는 "1차 발행가액 기준 유증 금액으로 4회차 CB 잔액 전부를 상환할 수 없지만 자체 보유 현금 등을 더해 대응 가능하다"며 "지난해부터 핵심 본업 경쟁력과 큰 관련이 없는 분야는 정리하고 있고 나머지 재고 처리 작업을 병행하면서 손실률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공장을 토대로 화장품 B2B 영업을 강화하고 제약 쪽에서도 매출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국내 품목허가를 받아 올해 8월 판매를 시작한 도네페질 패치 역시 향후 매출이 본격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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