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6조 쓸어 담았는데 '날벼락'…"연 6%짜리도 안 팔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2.10.2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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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 6조 쓸어 담았는데 '날벼락'…"연 6%짜리도 안 팔려"


'레고랜드'발 채권 시장 위기가 지속되면서 회사채를 대거 매수한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진다. 투자한 채권에 문제가 생겨 원금을 날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개인이 주로 매수한 우량 회사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금리가 계속 오르고 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우량채 투자에도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4~24일) 개인 투자자는 장외 시장에서 회사채 5286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최근 3개월(7~9월) 연속 개인의 월별 회사채 순매수가 1조원이 넘은 것을 감안하면 이달은 그 반토막 수준이다. 10월까지 남은 날을 고려해도 순매수는 5000억~6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개인은 채권 시장에서 '큰 손'으로 떠올랐다. 1월부터 9월까지 총 14조4392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이 중 회사채가 6조586억원이다. 전년 동기대비 각각 272%, 218% 급증했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채권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개인의 투자수요를 흡수했다. 신용등급 'AA-' 이상 우량 회사채의 수익률은 지난해 1%대에서 지금은 4~5%대 이상으로 올라왔다.

특히 국채만큼 안전하면서도 국채보다 수익률이 좋은 한국전력 채권, 금융채 등으로 수요가 몰렸다. 채권 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본이익에는 과세하지 않고 표면금리가 낮으면 절세에 유리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고액 자산가들도 채권을 대거 매수했다.

채권은 발행기관이 파산하지만 않으면 원금과 이자가 보장되기 때문에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심하고 불확실성이 높을 수록 안전자산인 채권의 매력은 커진다.


하지만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크게 흔들렸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자금 경색이 심화하는 가운데 사실상 국채나 다름없는 공사채에서 파산이 발생하자 채권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한 증권사 지점장은 "9월에 법인 고객이 채권 몇십억원 어치를 사고 10월에 추가 계약 하기로 했는데 (9월말) 레고랜드 사태가 터진 이후 지금은 계약이 드랍(보류)된 상태"라며 "회사채를 담은 랩(Wrap) 상품이 연 6%짜리로 나왔는데도 고객들이 관심을 두질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단기사채를 중심으로 개인 고객의 수요가 급감했다. 단기사채의 대부분은 이번에 사고가 터진 레고랜드와 같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기초로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다. 대개 만기가 30~90일 정도로 짧으면서도 연 3~4% 이상 높은 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단기자금을 굴리려는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한 증권사의 채권상품부장은 "우량 회사채 수요도 약간 줄었지만 그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단기사채는 수요가 확실히 위축됐다"며 "부동산PF 관련한 채권은 매출이 확 줄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두려워 하는 건 혹시나 생길지 모르는 디폴트 가능성이다. 또 다른 증권사의 리테일금융 담당 임원은 "우량 회사채는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최근 시장 분위기가 워낙 안 좋다보니 내가 가진 채권에서 뭔가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고객들도 있다"며 "(장외 판매된 채권을) 환매해 달라는 요청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회사채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금융당국이 부랴부랴 채권 시장에 50조원 이상 유동성을 공급하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금리는 쉽게 진정되지 않는다. 이날 오전 기준 무보증 회사채 3년물 'AA-' 등급의 금리는 5.682%로 전일 대비 0.09%포인트 올랐다. 'BBB-' 등급 역시 전일 대비 0.09%포인트 오른 11.536%를 기록했다.

회사채 금리가 오른다는 건 반대로 가격은 떨어진다는 의미다. 만기까지 보유하면 상관 없지만 갈수록 더 좋은 조건의 채권이 나오면 상대적으로 손해다.

최근에는 쿠폰(주기적으로 지급되는 이자)으로 연 6~7%를 지급하는 회사채도 판매된다. KB증권이 판매하는 2년 만기 '대한항공100-1' 회사채(BBB+)는 쿠폰이 연 5.19%, 은행환산수익률은 연 7.9%다. 키움증권이 판매 중인 '콘텐트리중앙28'(BBB)은 6.85%의 쿠폰을 제공한다. 갈수록 높은 수익률의 채권이 발행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도 관망하는 심리가 짙어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 회사채를 산다면 중간에 팔기보다는 무조건 만기까지 보유한다는 생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가급적 만기가 짧고 신용등급이 우량한 채권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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