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줄 막힌 중견·중기, 자금조달 '하늘의 별따기'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2022.10.2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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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사진=뉴스1자료사진./사진=뉴스1


자금조달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중견·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 회사채 발행도 어렵고 은행 대출 문턱도 높아진 상태다. 그렇지 않아도 원자재 가격 상승과 실적악화 등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중견·중소기업의 줄도산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무림페이퍼는 500억원을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P-CBO(프라이머리 자산담보부증권)으로 발행한다. P-CBO는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야 한다.

회사채 발행에 실패한 기업도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 한온시스템은 2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저조한 수요예측 성적표를 받아 결국 취소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한온시스템의 회사채 미발행을 이유로 앞서 본평가를 통해 제시한 AA마이너스(안정적)의 신용등급을 취소하기도 했다. 패션그룹형지는 신용등급이 BB에서 B플러스로 강등돼 상황이 더 열악해졌다.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조달시장은 이른바 '돈맥경화(돈과 동맥경화의 합성어)' 현상이 벌어지면서 중견·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더욱 사정이 만만치 않다.

기업공개(IPO)에 나섰던 골프존커머스도 이달 경기침체로 철회를 결정했다. 골프산업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고평가 논란과 증시하락까지 악재가 겹쳤다. 올해 상반기에도 현대엔지니어링·SK쉴더스·원스토어·태림페이퍼 등이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를 받아 상장 추진이 좌절됐다.

높은 유동성을 요구하는 전시·컨벤션 업계는 비용부담이 늘어나면서 코로나19(COVID-19) 이후 늘어나는 수요도 감당하기 어렵게 됐다. 통상 1년 전에 전시일정을 확정하고 대관료를 지급한 뒤, 행사를 치르기 전까지 이자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A전시업체 대표는 " 비용부담이 2배 가량 늘면서 행사 4~5건을 동시에 진행할 경우 월 이자비용이 1000만~1500만원이 넘는다"고 토로했다.


프레스 금속제조 심팩(SIMPAC)을 운영하는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지난 24일 "조달금리가 15%에 육박할 정도로 얼어붙어 있다"고 진단했다. 중견·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에 대한 평가절하와 우량채 위주의 시장 확대 등으로 인해 회사채 시장의 대-중기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경기침체로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기준 금리 인상으로 이자 비용부담은 가중됐다. 신용등급이 낮아 금리 부담도 높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 담보 가치가 떨어지고, 영업실적도 악화돼 벼랑 끝으로 내몰린 처지다.

중소기업계는 정책지원과 담보 이외에 성장성을 고려한 금융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가 중소기업·소상공인 4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금융안정 지원을 위한 의견조사에서 18%는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크다고 답했다. 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아우르는 금융 지원책과 구조적 개선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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