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카카오 같은 사태 막아라…포스코도 공정 이원화해야"

머니투데이 세종=조규희 기자 2022.10.26 05:10
글자크기
소방 공무원들이 11일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은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사진=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소방 공무원들이 11일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은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사진=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태풍 피해로 공장 가동이 멈췄던 포스코에 제조 공정의 이원화를 권고할 방침이다. 최근 '카카오 먹통' 사태에서 보듯 특정 분야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가진 업체가 마비될 경우 경제 전체가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당국은 반도체·조선 등 국가기간산업의 재난 대비 매뉴얼도 보완할 계획이다.

25일 관련 부처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민관합동 '철강 수급조사단'은 최근 태풍 '힌남노'로 인한 경북 포항 지역 철강 산업 피해 복구 상황과 재난 대비 미비점 등을 점검하고 이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권고안 작성에 착수했다. 지난 9월 민간 전문가를 포함해 출범한 조사단은 3차례의 현장조사와 포스코 측이 제출한 자료 등을 토대로 활동하고 있다.



조사단 관계자는 "포스코의 경우 최근 문제가 된 카카오처럼 백업 플랜 없이 제조공정 자체를 하나로, 일률적으로 특성화시켰다"며 "효율성을 극대화해 이익 창출에는 도움이 되지만 화재, 수해 등 재난 대응에 허점이 발견된 만큼 효율성보다 안전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공정의 이분화, 분산화를 기업 스스로도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포스코에서는 제선, 제강, 연주, 압연 등의 공정을 다 진행하고 있다. 공정의 연계성과 효율화를 위해 최대한 공정 작업 장소를 근접하게 만들어 최소 공정 동선을 유지하고 공장 부지의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구조는 이번과 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공정 전체가 피해를 보게 돼 공정 재개까지 장시간을 요구한다는 문제가 있다.



조사단 관계자는 "포스코는 국가의 기반 산업시설인만큼 예기치 못하는 재난 상황에 더욱 강력한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며 "공정의 이원화·분산화는 비용이 발생하지만 혹시 있을지 모를 상황에 대한 최소한의 대비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선 지난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한 인근 지방천의 범람으로 49년 만에 처음으로 고로(용광로) 가동이 중단됐다. 조강 능력 기준으로 포항제철소는 우리나라 철강 생산의 20%를 차지한다. 포항제철소는 이날 기준으로 1열연, 1선재, 1냉연, 2전강, 3전강, 3후판 등 6개 공장의 재가동을 완료했다. 11월에는 2후판, 3선재, 4선재, 전기도금, 12월에는 2열연, 2냉연, 2선재, 스테인리스 2냉연을 가동해 연내 전 제품 생산을 재개한다는 목표다.

조사단 관계자는 "포스코의 여러 공정이 복구돼 가동상태에 돌입했지만 공정 설비 등 하드웨어 측면에서 준비가 됐다는 의미"라며 "공정에 따른 제품의 상태와 생산 속도 등은 계속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조사단은 포스코의 재난 대응에 대해 일부 문제점이 발견됐으나 대체로 포스코가 자체 재난 대응 매뉴얼대을 이행했다고 판단했다. 조사단 관계자는 "포스크의 과실을 밝히는 것보다 포스코가 재난 관련 매뉴얼에서 산정한 것보다 큰 재난을 경험한 만큼 이를 토대로 재난 대응 준비·관리 체계를 손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가기간산업 전반의 재난 대응 체계를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재난 상황에 100% 대비하는 매뉴얼까지 준비할 수는 없더라도 재난이 닥쳤을 때, 관련 산업의 핵심 기능은 어떻게 보존해야 하며, 복구는 어떤 순서로 진행돼야 하는지 등에 관한 매뉴얼 등은 마련해야 한다"며 "이런 준비 상태의 필요성을 국가기간산업은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사단은 포항 지역 포스코 협력업체의 예고된 경영난에 대한 정부의 지원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포항제철소의 여러 공정별 정상가동 여부에 따라 수백개의 협력업체는 최소 몇 달을 일감 없이 버텨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단 관계자는 "포스코의 정상가동이 늦춰질수록 지역 경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협력업체의 경영난이 가중될 것"이라며 "포스코에 자체적인 상생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한편 산업부와 중소기업벤처부 등도 정부 차원의 지원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