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 이전과 이후로…" 2주기 맞은 '작은 거인'의 여전한 울림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2022.10.2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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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선영에서 치러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2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있다. /사진=수원(경기)=이기범 기자 leekb@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선영에서 치러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2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있다. /사진=수원(경기)=이기범 기자 leekb@


"미술계를 이건희 컬렉션 기증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만큼 그 파급효과가 크다."(윤범호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코로나19 위기 속 큰 뜻을 내어준 기부자의 선의에 더없이 감사한 마음."(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전국 소아청소년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아들에게 중요 검사를 무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돼 기쁘다."(홍경택 서울대병원 교수)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2주기를 맞은 가운데 그가 남긴 'KH(이건희) 유산'이 한국 사회에 여전한 울림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재계 안팎에서 나온다.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이 회장의 뜻에 따라 유산의 약 60%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사회 환원을 실천 중이다. 생전에 사회공헌을 기업에 주어진 또 다른 사명으로 여기고, 이를 경영의 한 축으로 삼아온 이 회장의 유지에 따른 것이다.

"이건희 컬렉션 이전과 이후로…" 2주기 맞은 '작은 거인'의 여전한 울림
이건희 컬렉션, 국민들 품으로…'매회 매진' 신드롬
이 회장 유족들은 지난해 4월 상속방안을 발표하며 이 회장이 한국 미술계 발전을 위해 평생 모아온 문화재·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 국보 14건을 포함해 알려진 총 감정가는 3조원에 달한다.


이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이건희 특별전은 매회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지금까지 72만명의 관람객이 유족들이 기증한 작품들을 감상했고, 컬렉션 감상을 위해 대구-광주-양구 등을 차례로 방문하는 이건희 컬렉션 투어족도 생겨나고 있다.

이 회장 컬렉션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해외 미술관들도 조만간 전시를 선보일 전망이다. 한 예로 이 회장 컬렉션과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소장품을 일정 기간 맞교환해 전시하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교류 전시가 성사되면 우리 국민들은 미국을 방문하지 않고도 세계 3대 박물관의 전시품을 감상할 기회를 갖게 되는 셈이다.

예술품 기증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을 강조했던 이 회장의 철학을 이어가기 위해 단행됐다. 홍라희 전 리움 관장은 지난해 7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을 관람하며 "소중한 문화유산을 국민들에게 돌려드려야 한다는 고인의 뜻이 실현돼 기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술계에서는 가치를 환산할 수 없는 방대한 작품들을 국가에 기증한 유족들의 결정이 국민 문화 향유권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삼성에서도 충분히 작품을 보관·관리할 능력이 있는데 왜 국가에 기증했을까"라며 "우리의 문화재를 국민, 나아가서는 세계인과 공유하자는 이 회장의 깊은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건희 컬렉션 이전과 이후로…" 2주기 맞은 '작은 거인'의 여전한 울림
'인간 존중' 철학은 의료공헌으로…감염병·소아암 극복에 1조원
이 회장의 인간 존중 철학은 의료 공헌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이 회장은 평소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사명" "어린이는 미래의 희망"이라고 말하는 등 생전에 인간 존중 철학을 거듭 강조해왔다. 이 회장 유지에 따라 유족들은 고인의 유산 중 1조원을 감염병 확산 방지와 소아암·희귀질환 치료를 위해 기부했다.

이 가운데 7000억원은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등 감염병과 소아암·희귀질환 치료를 위한 전문병원 등 인프라 구축과 연구개발 지원에 투입된다. 5000억원은 국내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활용하고,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과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 지원용으로 기부한다.

기금 중 3000억원은 앞으로 10년 동안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린 어린이 가운데 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등을 위한 비용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백혈병·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원,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를 위해 600억원, 관련 인프라 구축 등에 900억원이 투입된다.

지원 사업은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주관기관으로 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 중으로, 올해 말부터 환아 검사 및 치료 지원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병원이 발족한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사업단'을 통해 소아암 21건, 희귀질환 12건, 공통연구 21건 등 총 54개의 연구 과제도 수행 중이다.

김한석 서울대어린이병원장은 "유족의 기부금으로 지방 소아암·희귀질환 환자가 서울에 오지 않아도 치료를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며 "지방 환자들도 서울 환자들과 같은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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