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원+α' 부동산 돈줄기 뚫나…한숨돌린 업계, '비장의 카드' 남았다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정혜윤 기자 2022.10.2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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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23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 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2022.10.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23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 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2022.10.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원도 레고랜드발 자금경색 위기를 겪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단기자금·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총 50조원+알파(α) 유동성을 공급한다. 전향적 조치에 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쉰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나서는 등 추가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은 비상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원 △회사채·CP(기업어음) 매입 프로그램 한도 16조원 확대 △한국증권금융 3조원 유동성 지원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자 보증 10조원 등 총 50조원을 지원키로 했다.



'사실상 국채' 강원도 레고랜드 PF 채권이 부도나며 시장의 두려움이 커졌다. 이 건 규모인 2050억원 이상의 악영향이 있었다. 김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레고랜드 사태가 신용위험 우려로 확장돼 국내 자금 시장에 파급이 미칠것을 시장 참여자들이 예상치 못했다"며 "국가 신용등급 지자체에서 발생한 이벤트가 증권사 등의 금융기관 유동성 경색으로 번지고 있다"고 24일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지금까지 신용 위험에 대응해온 수단과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며 "금융기관들의 잇따른 요청에 당국은 보다 확실한 대응책들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금융당국 뿐 아니라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가 함께 해당 이슈를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제시했다는 점도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며 "총 50조원을 상회하는 지원 규모는 시장 기대수준을 반영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대책은 윤석열 행정부 집권 이후 발표된 가장 큰 규모의 지원이다. 채권시장 유동성 경색의 근본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PF-ABCP(유동화증권)와 지자체의 신용도 추락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 확인됐다.

이번 대책은 특히 본 PF 전 '브릿지론' 상환 병목현상을 풀어줄 전망이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채안펀드 매입 대상에 비해 범위가 넓고, 브릿지 단계의 PF 대출채권 유동화증권 발행잔액이 11조2500억원임을 감안하면 보증 규모가 크다"며 "본 PF 전환 지원에 힘입어 인허가를 마친 미착공 현장의 착공, 브릿지론 상환병목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조달이 필요없는 유동성 지원책으로 '한국증권금융' 자금 활용이 지원책에 포함됐다"며 "신용시장에서 신뢰가 훼손된 기점인 지방자치단체 지급보증 의무에 대해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지자체 보증 의무 이행을 확약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절대 규모 측면에서 투자 심리 안정과 이에 따른 시장 기능 회복에 기여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 매입 대상 채권에 시공사 보증 PF ABCP, 증권사 CP가 매입 대상 포함된 것은 충분히 투자 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는 전향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조치로 급한불을 꺼도 불씨까지 끄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금리인상이 끝나지 않아 시장신뢰 회복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채안펀드 캐피탈콜에 대응한 자금조성 과정에서 자금시장 경색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은행도 채안펀드 재원 조성을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리면서 자금시장에 수급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코로나 팬데믹 초기 시행한 한국은행의 저신용등급 회사채/CP 매입기구(SPV) 재가동을 시급히 확정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근본적인 상황이 변하지 않아, 물가를 잡기 위한 통화당국의 긴축으로 전체 금리가 상승국면이라 안정의 정도는 한계가 있다"며 "긴축 불확실성은 여전해 시장 불안은 연장될 것"으로 설명했다

아직 '끝판왕'이 대책이 남았다는 평가다.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금융안정특별대출,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등이 남아있는 '비장의 카드'로 거론된다.

한국은행은 2020년 3월 무제한 RP 제도를 도입해 금융기관이 보유한 채권을 환매 방식으로 사들여 원화유동성을 공급해왔다. 금융안정특별대출도 당시 한은이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 회사채를 담보로 자금을 대출해준 긴급 프로그램이다.

SPV는 크레딧 시장에서 최종 지원책으로 꼽힌다. 2020년 초 정부 출자를 토대로 산업은행의 SPV 출자(1조원), 산은의 후순위 대출(1조원), 한은의 선순위 대출(8조원)로 재원을 조성했다. 시장여건, SPV 운영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할 경우 20조원까지 확대하는 방식이다. 매입대상은 비금융회사 발행 회사채, CP를 중심으로 매입한다.

김준수 연구원은 "향후 시장 불안이 다시 확대될 경우 은행채 등의 적격담보증권 인정과 SPV 재가동 등 추가로 꺼낼 수 있는 카드들을 남겨두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며 "당국의 유동성 지원에 시장 심리는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전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향후 종합적 상황을 살펴보고 필요하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하겠다고 했다. 이 총재는 "이번 조치로 거시 통화정책 운용에 관한 전제조건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추후 기준금리 결정에서 크게 고려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에대해 정대호 KB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향후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 반영됐을 것"이라며 "이번 미시적 조치를 통한 수습 과정을 지켜본 후 최종적인 대책으로 마련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한은의 결단이 관건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은의 자금공급기능이 (통화정책과) 서로 상충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데, 공존할 수 있다"며 "부분 조직에서 발생한 괴사를 놔두면 몸 전체로 퍼지는데, 약물을 투입하며 필요조치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변하지 않았기에 이번 대책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중앙은행들의 긴축 기조는 최소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고 그 이후에는 경기 둔화(또는 부진)가 기다리고 있어 당분간 크레딧 시장의 온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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