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무한확장 M&A, 공정위는 왜 못 막았을까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2.10.25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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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김범수 카카오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방위 종합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10.24.[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김범수 카카오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방위 종합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10.24.


카카오의 '계열사 무한확장'을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어하지 못했다. 플랫폼 산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심사기준' 때문이었다. 카카오와 같은 대형 플랫폼이 이종(異種) 산업 간 연결·결합을 통해 여러 시장에서 복합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전통산업에 초점을 맞춰 만들어진 현행 심사기준은 이를 걸러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24일 현재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기준(공정위 고시)에 따르면 '관련 시장의 특성상 보완성 및 대체성이 없는 혼합결합을 하는 경우' 공정위의 간이 기업결합 심사(이하 간이심사) 대상이 된다.



간이심사는 공정위가 기업결합 기업 신고 내용의 사실 여부만 확인해 승인하는 방식이다. 경쟁제한성을 꼼꼼하게 따져 승인·불승인을 판단하는 일반심사와 구분된다. 업계는 통상적으로 간이심사 대상이 되는 것만으로도 기업결합이 승인된 것으로 본다.

문제는 '보완성 및 대체성이 없는 혼합결합'(이하 이종 혼합결합) 관련 규정이 전통산업에 기반한 것이라 플랫폼 산업의 특징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종 혼합결합은 상품의 기능·용도 등에서 동일성이나 유사성이 없는 서로 다른 업종 간의 기업결합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신발 제조업체가 자신의 사업과 전혀 상관이 없는 제과 업체를 인수하는 식이다. 통상적으로 전통산업에선 이런 종류의 기업결합으로 관련 시장에 경쟁제한성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공정위가 간이심사를 적용해왔다. 그러나 플랫폼 산업에선 이종 혼합결합도 시장지배력 형성·강화로 이어질 수 있어 간이심사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가 간이심사를 적용한 카카오의 혼합결합 사례는 대표적으로 △마음골프(기업결합 신고 기준 2018년) △유비케어(2018년) △바로투자증권(2018년) △야나두(2019년) △가승개발(2020년) 등이 있다.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지난 19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한 대규모 먹통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지난 19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한 대규모 먹통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플랫폼 기업의 혼합결합은 일반심사를 거치더라도 비교적 쉽게 승인을 받는다. 일례로 공정위는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의 딜카 인수를 승인했다. 딜카는 렌터카 중개 플랫폼 업체로 공정위는 해당 기업결합이 혼합 및 수직(생산·유통과정이 인접 단계에 있는 회사 간 결합) 결합이 복합된 형태로 보고 일반심사를 진행했지만 "경쟁제한 우려가 적다"고 판단해 승인 결정을 내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런 인수 등을 통해 모빌리티(이동수단) 시장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키웠다.


공정위가 플랫폼에 대한 기업결합 심사기준의 변화를 처음 공개적으로 예고한 것도 딜카 인수를 승인했을 때였다. 당시 공정위는 해당 사안 보도자료에서 "플랫폼 기업의 기업결합 특징은 플랫폼을 이용한 복합 사업영역 간 연결성 증대"라며 "개개의 기업결합 건은 현행 심사기준 상 경쟁제한성이 없지만 여러 시장에 걸친 복합지배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내년 초 기업결합 심사기준을 개정해 플랫폼의 무한확장에 제동을 걸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플랫폼의 이종 혼합형 기업결합을 원칙적으로 일반심사로 전환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플랫폼의 기업결합은 신고 당시에는 이종 간 결합이라도 나중에는 달라질 수 있다"며 "플랫폼에 현행 간이심사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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