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에 리츠株 추풍낙엽…상장·증자도 연기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22.10.23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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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개 중 14개 종목 신저가…"투자심리 회복이 우선"

레고랜드 사태에 리츠株 추풍낙엽…상장·증자도 연기


금리인상과 레고랜드 사태로 상장리츠(REITs) 대부분이 신저가를 기록하는 등 주가가 추락했다. 상장리츠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상장을 미루거나 유상증자, 자산편입 등을 취소하는 리츠들도 나왔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증시에 상장된 리츠 21개 종목 중 14개 종목이 장중 신저가를 경신했다. 신한알파리츠 (6,020원 ▲10 +0.17%), 코람코에너지리츠 (4,785원 0.00%), 모두투어리츠 (3,980원 ▼130 -3.16%)를 제외한 상장리츠 18개 종목은 전날 대비 하락 마감했다.



이날 가장 하락폭이 큰 종목은 KB스타리츠 (4,230원 ▲25 +0.59%)로, 전날 대비 5.99% 미끄러졌다. ESR켄달스퀘어리츠 (4,310원 ▼30 -0.69%) 5.10% 하락한 3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326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상장리츠들은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인플레이션 시대에 방어주로 꼽히며 투자자들의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주가는 급락했다. 지난 6월2일부터 이날까지 리츠 평균 수익률은 -35.93%를 기록했다. ESR켄달스퀘어리츠는 50% 이상 하락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장리츠의 주가가 하반기 들어 급락한 이유는 금리 급등에 따른 차입비용 증가, 부동산 가격 하락 우려에 더해 최근 레고랜드발 대출시장 경색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부동산 매입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자 리츠의 수익률과 배당 여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강원도의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리츠 투자심리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투자심리가 냉각되자 운용사들은 리츠 상장을 미루고 있다. 한화자산운용, 삼성 SRA자산운용, 인마크리츠운용, 대신자산신탁 등은 운용하는 리츠의 상장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연내 리츠상증을 추진했던 다올자산운용과 신한리츠운용도 상장 진행도 더뎌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리츠 주가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자 시간을 두고 제대로 밸류에이션을 평가받을 수 있을 때 상장하겠다는 리츠들이 많다"고 말했다.

리츠들의 유상증자와 자산편입에도 제동이 걸렸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 (2,935원 ▼40 -1.34%)는 지난달 4600억원 유상증자 계획을 잠정 철회했다. 신규 자산 편입 계획도 연기했다. SK리츠는 무보증사채 가격결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960억원 모집에 910억원 어치의 주문만 들어왔다.

4조원 수준의 IFC 매각이 불발되기도 했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 5월말 IFC 매입을 위한 리츠 설립을 추진했으나, 국토교통부로부터 영업인가를 받지 못했다. 이후 금리상승 등으로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자 매각이 무산됐다.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리츠주가 저평가된 상태라고 평가하면서도 섣불리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상장리츠의 실제 가치와 관계없이 투자심리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아서다.

이 연구원은 "상장리츠는 개발형 자산을 담고 있지 않아 PF(프로젝트 파이낸싱)와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투자심리 회복을 위해서는 해당 사태의 원활한 해결과 부동산 금융 시장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배상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장리츠 주가는 금리상승 부분을 충분히 반영했다"면서도 "아직 금리인상 등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주가가 앞으로도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 금리 피크아웃을 확인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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