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경 신라젠 대표 "R&D인력 이력서 들어온다…리스크 해소 자신"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2.10.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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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재개, 잠재 위험요소도 검토한 결정…우려 해소에 입사지원 늘어"
2년5개월 거래정지 끝에 이달 13일 증시 복귀…파이프라인 개발 성과 집중
BAL0891·SJ-600 등 조기 기술이전에 주력…"펙사벡 3상 경험 헛되지 않아"

김재경 신라젠 대표. /사진=신라젠김재경 신라젠 대표. /사진=신라젠


"R&D(연구개발) 인력들의 이력서가 다시 들어오고 있습니다. 신라젠을 향한 우려를 200% 해소했다고 봅니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만난 김재경 신라젠 대표의 목소리엔 숙원 과제를 풀어낸 후련함과 향후 행보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김 대표는 지난 8월 거래재개라는 최대 과제를 안고 대표이사 업무를 시작한 신라젠 새 사령탑이다. 최우선 과제를 풀어낸 그는 향후 신라젠이 신약 개발기업 본연의 가치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라젠 (4,575원 ▲50 +1.10%)은 항암 바이러스 '펙사벡'의 간암 대상 글로벌 임상 3상을 앞세워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오른 바이오벤처의 신화였다. 하지만 펙사벡 임상 실패와 전 경영진의 배임·횡령 혐의로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다. 2020년 5월부터 거래정지 상태에 놓인 신라젠은 개선기간 새 최대주주 엠투엔의 합류와 연구·비연구 분야 개선과제 이행을 기반으로 극적 회생했다. 김 대표는 신라젠 거래재개가 단순 증시 복귀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신라젠 거래재개는 개선계획 이행뿐 아니라 잠재적 위험요소까지 모두 점검한 결정"이라며 "위험요소에 대한 검증이 완료된 만큼, 신라젠을 향한 우려는 200% 해소됐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R&D 분야 이력서가 많이 들어고 있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신라젠을 향한 우려섞인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존폐가 걸린 위기에선 벗어났지만, 신약 개발기업으로서 가치 증명이라는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신라젠은 파이프라인 성과 도출을 단기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가장 먼저 성과가 기대되는 파이프라인은 지난달 스위스 바실리아로부터 도입한 항암제 후보물질 'BAL0891'다. 내달 초 핵심 연구인력들이 직접 바실리아를 방문해 전이성 고형암 임상 1상 시험을 위한 막바지 조율에 나선다. 임상시험계획은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했다. 연내 미국 임상 돌입이 목표다. 단독요법을 시작으로 병용요법까지 계획 중이다.

신라젠의 상징적 파이프라인인 펙사벡 역시 적응증을 신장암으로 선회해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리제네론 '세미플리맙'과 병용요법으로 진행 중인 임상을 연내 완료해 내년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목표다.


항암 바이러스 플랫폼 GEEV 기반의 'SJ-600' 시리즈도 주목하고 있는 파이프라인이다. 정맥 투여시 종양까지 이동하는 동안 대부분 제거되는 항바이러스의 전달력을 높인 기술이다. 시리즈 파이프라인으로 종양 내 직접투여가 불가능한 암종을 비롯해 다양한 고형암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6월 우수한 결과로 전임상이 조기 완료돼 내부 기대감이 적지 않다.

김 대표는 "과거 임상 실패에도 펙사벡은 여전히 내부에서 귀하다고 판단하는 파이프라인인데, SJ-600은 보다 높은 가치를 가졌다고 보고 있다"며 "이미 좋은 전임상 결과를 획득해 다수 특허를 출원한 상태고, 몇 개월 안에 의학저널들에 관련 논문들이 실릴 예정이다. 서서히 가치가 빛을 발하면 내년 본임상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라젠은 파이프라인 개발 전략을 재편했다. 독자 개발보다 조기 기술수출에 우선순위를 두는 방식이다. 앞서 거래소에도 조기 기술수출을 통한 자금조달 계획을 전달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신라젠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펙사벡의 임상 3상 실패 역시 훌륭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김 대표는 "비록 중단되긴 했지만, 신약 개발기업이 임상 3상 경험을 보유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크다"며 "거래정지 이슈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경쟁까지 있었지만 BAL0891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배경에는 임상 3상을 직접 경험한 기술력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당분간 펙사벡과 SJ-600 시리즈, BAL0891에 집중하고, 연구 성과를 통해 성장하게 되면 그에 맞는 목표를 다시 짤 것"이라며 "결국 신약 개발기업에 가장 중요한 좋은 약을 만들어 내는 것은 물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좋은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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