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BW 2022로 본 탄소중립 실사구시[광화문]

머니투데이 진상현 산업1부장 2022.10.2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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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회수소경제포럼 주최 '그린비즈니스위크(GBW) 2022'는 탄소중립과 관련한 기술 및 산업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올해 전시에는 전기차와 배터리 등 전기차 생태계와 관련한 전시 부스가 대거 늘었다. 지난해 수소충전 트럭 등을 전시했던 현대차는 아이오닉6를 중심으로 세계 최초로 공개한 중형 전기버스 '일렉시티 타운' 등 전기차로만 전체 부스를 꾸몄다. 한국 배터리 산업을 이끌고 있는 삼성SDI도 올해 처음 단독 부스를 열어 관람객들을 맞았다. 기존 멤버인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함께 한국 배터리 3강이 나란히 GBW의 주인공이 됐다.



원전 관련 부스도 새롭게 등장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자로냉각재계통 모형과 영상을, 올해 처음 GBW의 일원이 된 한국수력원자력은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돼 상업운행 중이기도 한 APR1400 원전 모형을 주 전시물로 내세웠다. 전기차 시장의 급속한 팽창과 새 정부 들어 강조되고 있는 원전 부활이라는 트렌드가 GBW 전시 현장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수소는 모빌리티 보다는 생산과 발전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해 있었다. 포스코홀딩스가 수소환원기술 비전 모형을 선보였고, SK E&S는 수소 생산 핵심 설비 모형을 내놨다. 한화는 수소탱크와 수소 가스 터빈, 수전해시스템, 두산퓨얼셀은 발전용 연료전지, 수소충전소 등을 전시했다. 한화는 수소와 함께 태양광 모듈도 함께 선보였다.



다채로운 전시물들을 보면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다양한 에너지 포트폴리오가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특히나 그렇다. 강점을 가진 원전은 물론 재생에너지, 수소, 액화천연가스(LNG), 심지어 전통적인 화석연료인 석유와 석탄까지도 중요하다. 각 에너지별로 탄소 배출량, 발전효율, 생산단가, 주민 수용성 등 장단점이 달라 수급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체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춰야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로부터 공급받던 천연가스가 급격히 줄면서 전기값이 급등, 에너지 안보에 비상이 걸린 유럽이 반면 교사다. 또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수소차가 뒷전이 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전기차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배터리 등 부품, 소재 가격이 뛰면 다시 수소차의 경쟁력이 부각될 수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긴 여정에 선로를 이탈하지 않고 레이스를 이어가기 위해선 다양한 대안들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지난 8월 말 발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은 우리 에너지 현실을 좀더 충실히 반영했다는 평가다. 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2030년 전원별 발전 비중은 △원전 32.8% △신재생에너지 21.5% △석탄 21.2% △LNG 20.9% △무탄소(수소+암모니아) 2.3%로 구성된다. 탈원전을 강조하며 원전 비중을 대폭 낮췄던 문재인 정부의 2030년 NDC(온실가스감축목표)와 비교하면 원전 비중은 8.9%포인트 오르고,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8.7%포인트 낮아졌다. 강점이 있는 원전 활용도를 높이고 취약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줄임으로서 보다 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에 대한 기대감도 여기서 나온다. 특정 에너지를 배제하지 않고 다양한 에너지원들을 실사구시적으로 활용하겠단 의지이기 때문이다.

한가지 걱정은 최근 시작된 전 정부 태양광 사업 비리 조사로 관련 업계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점이다. 일각에선 지난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원전 산업 생태계가 무너졌던 경험을 떠올리기도 한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제조업 비중이 큰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여건은 매우 열악하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원전 만큼이나 태양광도 중요하다. 이번 조사가 태양광 산업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보다 튼튼하게 제대로 키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하지만 초가삼간 다 태우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GBW 2022로 본 탄소중립 실사구시[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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