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의를 듣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0.50%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결정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에 접어들었다. 2022.10.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미국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달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3∼3.25%에서 3.75∼4%로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95.1% 반영하고 있다. 이어서 12월 FOMC에서 4.5∼4.75%로 자이언트스텝(한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77.4%다.
페드워치에 반영된 선물 금리에는 미 연준이 내년 3~6월까지 기준금리를 5~5.25% 수준으로 유지하다 이르면 내년 7월, 늦으면 내년 9월부터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가장 높게 반영돼 있다.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19일 전일대비 11.1bp(1bp=0.01%포인트) 오른 4.55%를 기록했다. 미국 국채 2년물 금리가 4.5%를 넘긴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8월7일 이후 15년 만이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같은 날 전일대비 12.8bp 오른 4.137%를 나타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지 않는다면 대내외 금리차가 지나치게 커져 자칫 자금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통화당국은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를 최대 1%포인트(p) 안팎까지 용인할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8월 2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역사적으로 (한미 금리차는) 1%p 중심으로 왔다갔다 했다"며 "이 격차가 너무 커지지 않는 정도로 부정적 영향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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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춰볼 때 미국의 기준금리가 5% 수준에 달할 경우 우리나라 기준금리 역시 약 4%까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국채 가운데 유동성이 가장 풍부해 기준금리의 향방을 잘 보여주는 국채 3년물 금리를 보면 최근 한국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의 전망치가 오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채 3년물 금리는 이날 오전 11시30분 기준 전일대비 1.3bp 오른 4.344%를 기록했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0.3bp 오른 4.399%다. 통상 국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보다 0.25%포인트 높게 형성된다는 점에 비춰보면 채권시장은 한은의 기준금리가 4%대 초반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는 셈이다. 한은의 기준금리를 현재 연 3%에서 4%대 초반까지 올리려면 1~1.25%포인트를 인상해야 한다.
기준금리가 오를 경우 대출금리 인상도 불가피하다. 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는 18일 전월대비 0.44%포인트 오른 3.4%로 공시됐다. 국민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65~6.05%에서 하루만에 연 5.09~6.49%로, 우리은행은 연 5.24~6.04%에서 연 5.68~6.48%로 상승했다. 5대 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 14일 기준 4.89~7%로 상단이 7%에 달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주담대 금리가 연내 8%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8일 공시된 코픽스에는 최근 빅스텝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한은이 기준금리를 4%대 초반까지 올린다면 주담대 금리는 최고 9%대까지 오를 수 있다. 통상 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보다 1%포인트 정도 높은 것을 고려하면 신용대출 금리는 최고 10% 수준에 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변수는 미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조기상환)이다. 16일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국채 일부를 되사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이 경우 시장의 공포심리가 진정돼 국채 금리가 낮아질 수 있다.
백윤민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한미 금리차가 벌어진다고 해서 외국인 자금이 (무조건) 유출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은은 미국 기준금리와 일정수준의 격차를 유지하려고 할 것"이라며 "지난 금통위에서 언급한 최종 기준금리 3.5%의 경우 수치 자체보다도 금통위원들이 (최종 기준금리에 대한) 기대심리를 점차 상향시켜 나가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