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2021년 자산 상위 100대 기업(금융사 포함)의 정관을 분석한 결과,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이사 해임 요건 가중 규정을 갖춘 곳은 조사대상 중 7곳에 불과했다. 이사진의 임기가 일시에 만료되는 것을 막는 방어 수단인 '시차임기제'를 도입한 곳은 단 1곳 뿐으로 조사됐다.
통상 적대적 인수·합병(M&A)의 경우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기존 이사를 해임하거나 정관 변경, 영업 양도 등이 이뤄진다. 이에 대비해 기업들은 정관에 결의 요건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이사해임 요건 가중 규정을 둔 7곳의 경우 정관에 이사 해임 결의를 '출석 주주 의결권의 70/100 이상'으로 하거나 '발행주식 총수의 1/2 이상' 혹은 '발행주식 총수의 2/3를 초과'하도록 해서, 상법에서 정한 특별결의 요건(발행주식 총수의 1/3 이상 찬성)을 조금 넘기는 수준으로 정하고 있다.
이마저도 경영권 방어수단의 실효성도 낮아서 시차임기제가 있는 D기업의 경우 2006년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았을 때 별다른 대응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결국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등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전경련 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현재 국내 기업들이 정관에 넣을 수 있는 경영권 방어수단들은 △이사 해임 가중 요건 △이사 시차 임기제 △인수·합병 승인 안건의 의결정족수 가중 규정 △황금낙하산주 정도이다.
이들 수단들은 단지 주주총회에서 안건의 가결(통과)을 어렵게 하거나 임원진들이 한꺼번에 교체되는 것을 막는 정도이기 때문에, 해외 경쟁기업들이 △차등의결권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 필) △황금주 등 적극적 방어수단을 활용하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무엇보다 방어수단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도 주총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방어수단을 새로 채택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최근 한진칼이나 교보생명 사례처럼 지배구조에 일시적 균열이 발생했을 때, 사모펀드들이 이를 틈타 기업 지배권을 위협하고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전경련 정관 분석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수단 부족이 확인된 만큼, 글로벌 스탠더드에 준하는 방어수단의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