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최근 K콘텐츠 흐름의 미세한 변화

머니투데이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2022.10.21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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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대중문화 평론가)김헌식(대중문화 평론가)


최근 드라마 '작은 아씨들'이 넷플릭스 비영어권 3위에 오르더니 통합 세계랭킹에서 7위를 기록했다. 드라마 '작은 아씨들'은 국내 tvN이 제작·방영한 콘텐츠다. 반면 넷플릭스가 투자·제작한 '글리치'는 비영어권에서 8위에 올랐다. 넷플릭스 드라마가 한국에서 250억원대 제작비를 들인다고 생각할 때 저조한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흥행성적은 '작은 아씨들'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역시 4위에 랭크돼 종영에도 여전히 인기를 누린다. tvN 환타지사극 '환혼'은 7위, KBS2 TV 주말드라마 '신사와 아가씨'는 대작 '수리남'을 제치기도 했다. 넷플릭스 드라마는 이제 주말드라마에도 밀리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전에 지배한 콘텐츠 흥행인식을 흔들고 있다.

우선 꼽을 수 있는 인식은 간단하다. '넷플릭스의 과감한 투자가 반드시 대중적인 오리지널 콘텐츠의 흥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거꾸로 같은 원작이라도 국내 콘텐츠로 제작되면 흥행성적이 떨어져버리는 현상은 이제 사라졌다. 원작이 좋고 이를 잘 형상화하면 세계인들의 반응을 얼마든지 끌어낼 수 있다. 넷플릭스를 포함한 OTT는 하나의 플랫폼이라는 인식을 다시 하게 된다. 또한 '여성 서사가 전반적으로 강해졌다. 하지만 차별화가 중요하다.' 이제 OTT도 여성이 중심이다. 예전처럼 강한 자극의 장르물보다 스토리와 로맨스가 더 흥행변수가 됐다. 단순히 소재적 차별성 때문만은 아니다. 이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에도 두드려졌지만 실제로 여성회원이 증가했다. 나아가 여성들이 아울러 여성 캐릭터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그 여성 캐릭터는 단순히 주제와 메시지를 위한 등장인물이 아니라 감정이입과 동일시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성 서사와 캐릭터를 다뤄도 그 내용이 둔감하거나 복잡하며 공감할 수 없는 교훈을 지향하면 시청자의 선택에서 멀어진다. 요컨대 같은 여성 서사와 캐릭터를 다뤄도 '글리치'와 '작은 아씨들'만 봐도 완연히 다르다. 즉, 제작비만 많이 받는다고 흥행할 수 있다는 생각은 교정돼야 한다.



새로운 인식의 흐름은 K팝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9월 블랙핑크가 빌보드200에서 정규2집 '본 핑크'로 1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대단한 사건이었음에도 덜 주목받았다. 아시아가 문제가 아니라 세계 걸그룹 가운데 1위를 한 것은 대니티 케인 이후 14년5개월 만이었다. 2008년 더구나 영국 차트에서도 1위를 해 걸그룹이 영미 앨범차트에서 동시에 정상에 오른 것은 2001년 데스티니스차일드 이후 21년 만이었다. 그러나 이 그룹은 세계적 팝스타 비욘세가 주축이 돼 만들었을 뿐이지 걸그룹으로 지속해 활동한다고 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블랙핑크가 이렇게 세계적으로도 힘든 기록을 세운 이유는 여성들이 더 좋아하는 여성그룹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단순히 걸크러시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스파이스걸스와 다르다. 춤은 물론이고 패션스타일까지 새로운 컬처트렌드를 만들고 이를 세계에서 주도해나간다.

K콘텐츠의 변화는 단지 여성 중심의 젠더변화에만 있지 않다. 스트레이키즈는 6개월 만에 빌보드200에서 다시 1위를 차지했고 이렇게 두 번 1위에 오른 보이그룹은 방탄소년단 외에는 유일하지만 거리로 나온 아이들이라며 자유분방하게 자신의 스타일을 뽐내는 그들은 방탄소년단과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K팝의 파워풀한 댄스를 구가하면서도 칼군무라는 획일성에서 벗어나 매우 다양한 중층의 매력을 뿜어낸다. 때로는 남성적 측면에서 젠더리스 스타일도 융합해낸다. 요점을 정리하면 이렇다. '겉으로 알려진 흥행코드와 달리 속은 분화하고 있다.' 이런 점들을 디테일하게 잡아내 확산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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