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없고 딜도 없다…보릿고개 지나는 M&A 시장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김근희 기자 2022.10.2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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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보릿고개

돈도 없고 딜도 없다…보릿고개 지나는 M&A 시장


국내 M&A(인수·합병) 시장이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다. 통상 연말에 다가갈수록 딜 클로징(거래 종결) 사례가 증가하는 계절성도 올해엔 없다. 금리가 올라 '돈값'이 비싸졌다. 증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몸값'을 둔 매수자와 매도자의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1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국내 M&A 거래건수는 2375건, 1024억달러(약 145조원) 규모를 기록했다. 거래규모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한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PEF(사모펀드) 신규 약정액은 6조8501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11조8427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3분기 주요 딜은 손에 꼽을 정도다. 에스디바이오센서가 국내 사모펀드 SJ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만들어 미국 체외 진단 기업 메리디안 바이오사이언스(나스닥 상장사)의 지분 100%를 사들인 딜(약 2조원 규모) 정도만 눈에 뛴다.

M&A 시장에 매물이 나와도 팔리지 않는다. 매드포갈릭, 바스버거, 버거킹 등 식음료 기업과 롯데카드, 모던하우스, 에이블씨엔씨 등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매수자의 움직임이 뚜렷하지 않다. 기관투자자와 PEF에 여러 투자 문의는 여전하지만 막상 실제 투자로 이어지는 경우는 급격히 줄었다는 설명이다.



대세는 '신중론'이다.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들은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태풍이 지나가길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진행되던 딜 중 상당수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M&A 한파의 가장 큰 요인은 금리인상이다. 글로벌 금리 인상 여파가 한국까지 미쳤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올해 들어서만 2%p 올라 3.00%까지 치솟았다.

금리는 '돈값'이다. M&A 과정에서 '돈줄' 역할을 하는 인수금융 시장이 얼어붙었다. 지난해 3~4%에서 형성됐(던 M&A 인수금융 평균 금리는 7~8%까지 뛰어올랐다. 최근 한국은행의 빅스텝(금리 0.5% 인상) 단행으로 인수금융 금리는 더 오를 전망이다. 연내 10%대를 넘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내 한 대형 PEF 대표는 "인수금융 이자가 연 7~8%인데 10% 이상 수익이 보장되는 딜이 아니면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며 "자금조달 수요가 더 꺾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이 얼어붙은 것도 M&A를 어렵게 하는 이유다. 자산가격이 떨어진 상태에서 새로운 가격을 기준으로 가치를 정하려는 매수자와 기존 가격을 고수하는 매도자 간 의견이 대립한다. 중간지점에서 가격을 협의한다고 해도 한쪽에선 '헐값', 한쪽에선 '오버페이'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IB업계 관계자는 "인수금융 금리 상승과 LP들의 투자 위축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졌고, 대부분 상장사들의 주가가 크게 내리면서 기업가치를 둔 이견도 큰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확실한 수익이 보장된 매물이 아니면 거래가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파 몰아친 M&A 시장에 움츠린 PEF…"내년도 힘들다"
돈도 없고 딜도 없다…보릿고개 지나는 M&A 시장
# PEF(사모펀드) 운용사인 A사는 M&A(인수·합병) 계약 2건의 딜 클로징(거래종결)을 뒤늦게 마무리했다. 당초 예정했던 일정보다 늦춰졌다. 지난해말 계약할 때와 달리 인수금융 이자가 올라 거래 상대방의 자금조달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A사 대표는 "올해 들어 딜 클로징이 연기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인기 있던 매물들도 팔리지 않고 있다"며 "PEF 대부분이 '올해는 일단 쉬고 지켜보자'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M&A 시장이 겨울잠에 들어간다. 금리 인상 영향으로 인수금융 비용이 증가하고 상장사·비상장사의 밸류에이션이 급락하는 등 시장 상황조차 여의찮아서다.

1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3분기 국내 M&A 누적 거래규모는 1024억달러(약 146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올해 M&A 거래건수는 1분기 833건, 2분기 857건, 3분기 685건 등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PEF들이 한파에 대처하는 대표적 방법은 '관망'이다. 일부 PEF는 매물을 장기 보유하기로 결정하거나 임원들에게 휴가를 줬다.

정경수 삼일회계법인 M&A 센터장은 "추가 금리인상 등 시장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보니 대부분 PEF들이 관망하고 있다"며 "LP(기관투자자)들이 지갑을 닫아 중소형 PEF들의 경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일부 대형 PE들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PEF들은 대부분 인수보다 매각에 집중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모던하우스, IMM PE는 EMK, 스카이레이크는 넥스플렉스 등을 내놓거나 매각 계약을 진행 중이다.

투자하더라도 볼트온(Bolt-on·유관 기업 인수) 등 기존 투자처의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경우가 많다. 볼트온은 기존 투자처의 유사 업종을 M&A해 투자 기업 가치를 키우는 전략이다.

IMM PE(프라이빗 에쿼티)가 보유한 펫프렌즈는 유전자 검사 기반 반려동물 건강관리 가이드 제공하는 스타트업 피터페터에 투자했다. 반려동물 헬스케어, 라이프사이언스 기업에 추가 투자해 펫프랜즈의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금리인상에 이어 경기침체 우려까지 커진 만큼 당분간 M&A의 겨울은 길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이준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관건은 미국이 금리인상을 중단하는 것인데 물가 상승률이 아직도 높다"며 "내년까지도 여파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센터장은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로 M&A딜을 체결한 덕분에 그 여파로 PEF들의 그나마 버텼다"며 "올해는 M&A딜이 줄어든 만큼 내년에 PEF들의 실적이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차전지, 에너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바이오, 4차 산업 등의 발전은 여전한 만큼 해당 영역의 M&A는 꾸준할 것이란 예측이다.

정 센터장은 "미래 성장 산업이면서 캐시플로우(현금흐름)가 있는 기업들 M&A 수요는 여전히 높다"며 "이차전지, ESG, 4차 산업 등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차전지의 경우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시행하면서 중국 중심의 공급망을 바꾸려 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M&A가 활발하다.

이달 롯데케미칼의 미국 배터리 소재 지주사인 롯데배터리머티리얼즈UAS는 일진머티리얼즈를 2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동박 생산능력 1위 기업이다.

치과 구강 스캐너 기업 메디트 4조원 규모 인수전에는 SKT, GS와 칼라일 컨소시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이 뛰어들었다. KT클라우드가 추진 중인 최대 1조원 규모 투자 유치 예비입찰에도 국내외 20곳이 참여하는 등 경쟁이 치열했다.

이 변호사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에너지, 이차전지 분야의 공급망 재편과 디지털화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관련 분야 투자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경기가 회복되고 기업가치가 오를 때를 대비해 선투자해야 하는 분야도 있다"고 말했다.

연이은 '딜 무산'…살까 말까 사모펀드 눈치게임
돈도 없고 딜도 없다…보릿고개 지나는 M&A 시장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거래대금이 입금될 때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국내 M&A(인수합병) 시장 얘기다. 매수자와 매도자의 '셈'이 틀어지면서 인수계약이 무산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19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메가스터디교육, 카카오모빌리티, 여의도 IFC 부동산 등 대형 거래가 무산됐다.

국내 대형 PEF(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메가스터디교육과 카카오모빌리티 인수에 관심을 가져왔다. 실제로 자문사를 선임하고 인수절차를 진행했지만 두 건 모두 잠정 중단한 상태다. 경기침체, 금리인상 등 해결되지 않은 변수들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메가스터디교육 경영권 인수도 완주를 앞두고 가격 이견을 좁히지 못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치과 임플란트 회사 디오 매각도 지난 8월 무산됐다. 국내 1위 보툴리눔 제제 기업 휴젤 창업자인 홍성범 원장 측이 지난 3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인수를 추진했지만 결국 발을 뺐다.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위스키 브랜드 '윈저' 매각도 무산됐다. 베이사이드PE-메티스PE 컨소시엄이 디아지오와 인수계약(2000억원 규모)을 맺고 인수를 추진했지만 딜을 완주하지 못했다. 기한 내 인수대금을 납입하지 못해서다. 컨소시엄은 투자자 모집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범롯데가 푸르밀은 LG생활건강에 매각을 추진했지만 매각이 무산됐다. 이후 전직원 정리해고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대형 딜 무산 사례가 나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4조1000억원 규모 IFC 인수를 추진했지만, 역시 금리인상과 환율상승이 발목을 잡았다. 인수금액 중 절반 정도를 대출로 조달하려는 구조여서 금리인상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

이밖에도 화이자타워와 아이콘 역삼, 363강남타워 등이 매각을 추진했지만 최근 작업이 중단됐다. 금리인상과 투자심리 위축을 견뎌내지 못해서다.

IB업계 관계자는 "대외적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인수대금이 입금되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분위기"라며 "이렇게 많은 딜이 연달아 깨진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웃돈 주고 샀는데 주가 반토막…PEF 손실 우려에 전전긍긍
돈도 없고 딜도 없다…보릿고개 지나는 M&A 시장
웃돈을 주고 상장사를 사들였던 PEF(사모펀드) 운용사들이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주식시장 침체로 인수한 상장사의 주가가 반토막난 때문이다. PEF들의 손실 우려도 커진다.

19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PEA)는 지난 6월 PI첨단소재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54.07%를 글랜우드PE로부터 약 1조275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주당 인수가는 8만300원으로, 계약 체결일 당시 PI첨단소재 주가가 5만500원인 것을 감안하면 59%의 웃돈을 얹어준 것이다.

그러나 증시가 하락하면서 PI첨단소재의 주가도 함께 빠졌다. 전날 기준 PI첨단소재의 종가는 3만4100원으로 계약 당시 주가 대비 32.48%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으로부터 한샘 지분 27.72%를 인수한 IMM PE(프라이빗 에쿼티)도 주가 하락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IMM PE는 한샘 지분 27.72%를 약 1조4413억원에 인수했다. 주당 인수가는 약 22만1000원으로, 계약일 당시 한샘 주가(11만6500원)에 2배에 달한다.

한샘의 현재가는 4만1450원으로, 계약일 당시 주가 보다 64.42% 미끄러졌다.

IMM PE가 2019년 주당 5만5500원에 인수한 하나투어는 5만3800원으로, 2017년 주당 4만3636원에 인수한 에이블씨엔씨는 4405원으로 급락했다.

MBK파트너스가 주당 8676원에 투자한 코리아센터도 전날 종가 기준 5200원을 기록했다. 베인캐피탈이 주당 1만7000원에 인수한 클래시스의 주가는 1만6000원이다.

PEF들이 보유한 상장사의 주가가 급락한 것은 대외적인 요인이 크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했던 2020년~2021년에는 기업 밸류에이션이 과도할 정도로 높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이 긴축에 나서면서 증시는 연일 급락하고 있다.

주가 하락이 딜에 영향을 끼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6월 한온시스템 매각전 적격인수후보군(숏리스트)까지 추렸지만,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이 겹치면서 이후 매각이 흐지부지됐다.

숏리스트를 정했던 지난해 6월 1만8000원대였던 한온시스템의 주가는 7700원으로 50% 이상 하락했다. 한온시스템은 여전히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PEF 입장에서는 아직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간이 남아있더라도 상장사 주가가 하락하면 LP(기관투자자)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아직 딜 클로징(거래종결)을 진행하지 않은 PEF들도 주가 하락이 딜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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