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는 연평균 6m/s 이상의 바람이 불어 한국에서 풍력 자원이 가장 넉넉한 곳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풍력은 6~7m/s 이상의 평균풍속이 발생해야 경제성이 있다고 본다. 제주도에서 풍력발전기를 쉽게 볼 수 있는 이유다.
지난 15일 제주시 구좌읍 동복·북촌 풍력발전단지를 들려 실제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제주도 풍력발전 비전을 들을 수 있었다.
이날은 5~7m/s의 바람이 불었는데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기준치를 초과해 ESS(에너지저장장치)와 연결된 2기만 돌아가고 있었다. 강상현 제주에너지공사 발전단지 운영사업소 팀장은 "재생에너지 공급 과잉으로 인한 출력제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복·북촌풍력단지에서 남는 전력으로 연간 그린수소 1000톤을 생산하는 실증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의 이 같은 야심엔 근거가 있었다. 풍력발전 같은 경우 인근 마을 주민과 어민들의 반대가 커 '주민 수용성' 문제가 최대 난제로 꼽힌다. 제주도는 이 문제를 '부지 선정 공모'를 통해 해결했다. 주민들과 이익을 공유하고 상생하는 주민 참여형 사업의 일환이다.
국내 최초로 공모를 통해 선정한 '가시리 국산화 풍력발전단지'는 부지 선정 단계부터 지역주민들의 지원을 받았다. 총 4군데 지역이 참여했으며 제주도는 풍황의 조건 등을 심사해 가시리를 선정했다. 가시리 주민들은 발전소 터를 제공한 데 따라 연간 3억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대다수 풍력발전단지가 풍력사업자 중심으로 공사가 진행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제주도에서만 할 수 있는 '공공주도 사업'이라는 게 제주에너지공사의 설명이다. 제주도는 국내 유일 특별자치도·국제자유도시로 선정되면서 풍력발전에 대한 전기사업허가 권한을 이양 받았다. 다른 지역들은 풍력발전을 설치하려면 전기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제주도는 도지사가 허가하는 셈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에 따르면 도지사는 제주자치도의 풍력자원을 공공의 자원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 법에 따라 제주도는 2015년 '공공주도의 풍력개발 투자활성화 계획'을 발표하고 '육.해상 풍력발전 사업시행예정자'로 제주에너지공사를 지정했다. 제주도의 모든 풍력사업을 제주에너지공사가 주도하고 관장하게 된 배경이다.
강 팀장은 "풍력을 공공 자원으로 명시한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 풍력발전 조례가 만들어졌고, 지자체가 풍력사업을 주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며 "제주도가 직접 부지를 공모해서 마을과 협의하기 때문에 주민들 반발이나 민원 걱정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대규모 해상풍력지구를 개발할 때도 이 같은 공공주도 사업을 통해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강 팀장은 "앞으로 해상 풍력도 마을 공모 사업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영국, 덴마크, 네덜란드 등도 풍력단지의 주민수용성 문제를 공공주도 사업으로 풀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