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영국' 물가상승률, 다시 10%대… 금리 대폭 올릴까?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2.10.1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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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식품·비주류 음료 14.5%↑, 42년 만에 최고…핵심 CPI도 30년 만의 최고치

/로이터=뉴스1/로이터=뉴스1


영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개월 만에 다시 10%대로 복귀, 또 4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예상을 뒤엎는 물가 상승으로 앞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의 '감세안'에 따른 화폐 가치 및 국채 가격 폭락 등의 위기에 직면했던 영국 경제에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기준금리 인상 폭 확대 압박도 거세질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CNBC·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영국 통계청은 이날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10.1%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의 9.9%는 물론 시장 전망치 10%를 웃도는 수치로, 지난 7월에 기록했던 1982년 이후 40년 만에 최고 CPI 상승률과 같은 것이다. CNBC에 따르면 CPI 발표 직후 영국 파운드 가치는 1파운드당 1.1330달러에서 1.1289달러로 떨어졌다.



영국 소비자물가는 지난 7월 10.1%를 기록했다가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시장의 예상을 깨고 8월 9.9%까지 내려간 바 있다. 영국 CPI 상승률이 두 달 만에 다시 10%를 웃돈 것은 식품 가격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영국의 식료품·비주류 음료 가격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14.5%로, 전월보다 1.4%포인트 올랐다. 이는 1980년 4월(14.6%) 이래 최고 상승률이다. 교통비는 10.9%, 가구 가격은 1.7%, 옷·신발 가격은 8.5% 상승했다. 선박 등 운송비 상승률은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전월의 12%에서 10.6%로 크게 줄었다.



영국 식료품·비주류 음료 가격 상승률 추이 /로이터=뉴스1영국 식료품·비주류 음료 가격 상승률 추이 /로이터=뉴스1
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 식품 가격 등을 제외한 핵심 CPI도 전년 동기 대비 6.5% 올라 3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집계됐다. 8월의 핵심 CPI 상승률은 6.3%였다.

컨설팅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폴 데일스 영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핵심 CPI가 30년 만에 최고치에 도달했다는 것에 주목하며 "경기둔화에도 기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CPI 발표는 내달 1일부터 시행될 BOE의 국채 매도 계획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CNBC는 "경제적 변동성이 심한 상황에서 9월 CPI는 영국 인플레이션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준다"며 "11월 1일 국채 매각을 앞둔 BOE의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BOE는 앞서 양적긴축 시기를 연기하지 않고 내달 1일부터 보유 중인 국채를 매각해 시장 내 유동성을 흡수, 물가안정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9월 CPI의 예상 외 급등으로 영국의 통화긴축 정책 강도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BOE는 내달 3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폭을 결정할 예정이다. BOE는 최근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에 나서는 등 지난해 12월부터 7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야엘 셀핀 KPMG 영국법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BOE가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려야 영국 물가가 10월에 정점을 찍고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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