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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종료' 푸르밀, 법적 책임 없나… 해고 무효·손해배상 가능성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2.10.1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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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부당해고" 주장…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해고 회피 노력 등에 따라 해고 무효 여부 갈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푸르밀의 광고물이 게시 돼 있다. /사진= 뉴스1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푸르밀의 광고물이 게시 돼 있다. /사진= 뉴스1




범롯데가 유업체 푸르밀이 돌연 사업 종료와 전 직원 해고를 통보하면서 푸르밀의 법적 책임에 관심이 쏠린다. 노조가 주장하는 것처럼 푸르밀의 부당해고가 받아 들여질 경우 해고는 무효가 되고 푸르밀은 추가 임금 등을 지급해야 할 수 있다. 다만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따른 해고이며 해고를 피하기 위해 노력한 점 등이 인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푸르밀이 대형마트 등 유통사와 식품사, 국군복지단 등과 납품 계약 관계가 남은 상태에서 사업 종료를 하게 돼 이들 회사에 손해 배상금을 물어 줘야 한다는 추정도 나온다. 푸르밀에 직접 원유를 납품하는 낙농가와의 계약 종료일은 연말이라 낙농가에서 푸르밀에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푸르밀이 지난 17일 전 직원에 이메일을 통해 오는 11월30일자로 사업을 종료하고 전 임직원을 정리 해고하겠다고 통보한 가운데 노조는 당일 푸르밀에 부당해고에 해당하므로 사업 종료와 정리 해고를 철회해달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노조는 노조에 50일 전까지 해고를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제24조 제3항(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을 어겼기 때문에 부당해고라고 주장한다.

법조계에선 50일 전 통보 기간 준수 문제보다 근로기준법 제24조 제1항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지 여부와 제2항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했는지 여부에 따라 해고가 무효가 될지가 정해질 것으로 본다.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푸르밀의 영업적자가 4년 연속 이어져 작년에는 123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지속적인 경영난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은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정 변호사는 "회사가 해고를 회피하기 위해 신규채용을 축소하거나 일시휴직이나 희망퇴직, 전근 등의 조치를 취했는지 확인이 필요하고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면 해고가 무효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전 직원을 해고 대상으로 삼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 있다"며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푸르밀의 직원은 350여명이다.




서울 영등포구 푸르밀 본사./사진= 뉴스1서울 영등포구 푸르밀 본사./사진= 뉴스1
푸르밀은 협력사와의 계약 위반에 따른 위약금 등도 감수해야 할 처지다. 푸르밀 내부 자료에 따르면 푸르밀은 이마트, 홈플러스 등 유통사뿐 아니라 CJ푸드빌, CJ프레시웨이, 국군복지단, 군지사, SPC, 아워홈, 삼성웰스토리, 롯데GRS, 롯데제과, 카페베네 등과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과의 계약 종료일은 사업 종료 통보일 이후인 올해 연말이나 내년이다. 국군복지단과 계약은 내년 말까지다. 푸르밀 내부에서는 제품 납품 중단에 따라 전체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해야 할 수도 있는 금액이 13억원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푸르밀과 계약한 한 업체 관계자는 "푸르밀이 법인을 청산하게 되면 손해배상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채권 심사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낙농가와의 법적 책임에선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분석이 나온다. 푸르밀은 하루 평균 110톤의 원유를 낙농가로부터 공급받았는데 그 중 88톤은 낙농진흥회, 22톤은 직속 낙농가로부터 받아왔다. 낙농진흥회와 계약은 지난달 30일자로 만료됐고 직속농가와 계약 종료일은 오는 12월31일인데 3개월 전 계약해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푸르밀이 이를 이미 이행했기 때문에 낙농가에 반드시 물어야 할 배상금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직속농가의 경우 하루아침에 납유할 곳을 잃어 푸르밀에 손해배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낙농가가 푸르밀을 상대로 집단 시위도 예고한 상태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푸르밀에 직접 납유한 농가는 25개다. 업계 관계자는 "농가에선 매일 우유가 나오는데 이를 폐기하는 데도 비용이 들고, 할당 받았던 쿼터(일종의 영업권)를 날리게 된다"며 "납품처를 구하려면 상당한 금액을 들여 쿼터분을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폐업하는 농가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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