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해고 통보" 푸르밀 직원들 반발…근로기준법 위반일까

머니투데이 이세연 기자, 김미루 기자, 김혁준 기자 2022.10.1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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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17일 업계에 따르면 푸르밀은 최근 전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사업 종료와 정리해고를 통지했다. 정리해고 대상은 푸르밀 전 임직원으로 시점은 11월30일이다.  푸르밀의 갑작스러운 사업 종료 결정에 신준호 회장 일가의 '꼼수 사업중단' 논란이 일고 있다. 푸르밀이 법인 청산이 아닌 법인 존속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며 수백억원대의 법인세 면제 혜택을 위한 결정이라는 의혹이다.  1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푸르밀의 유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2022.10.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17일 업계에 따르면 푸르밀은 최근 전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사업 종료와 정리해고를 통지했다. 정리해고 대상은 푸르밀 전 임직원으로 시점은 11월30일이다. 푸르밀의 갑작스러운 사업 종료 결정에 신준호 회장 일가의 '꼼수 사업중단' 논란이 일고 있다. 푸르밀이 법인 청산이 아닌 법인 존속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며 수백억원대의 법인세 면제 혜택을 위한 결정이라는 의혹이다. 1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푸르밀의 유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2022.10.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이 갑작스럽게 사업 종료를 선언하며 전 직원에게 해고통지를 하자 근로자들이 '부당 해고'라며 반발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푸르밀의 해고를 법적으로 문제 삼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근로자들에게 기간을 두고 전직을 지원하는 등 배려가 없었다는 점에서 사 측은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동환 푸르밀 대표이사는 지난 17일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사업 종료와 정리 해고를 통지했다. 400여명에 달하는 직원은 다음 달 30일 자로 정리 해고된다.

노조 측은 푸르밀의 일방적 통지가 부당해고라며 즉각 반발했다. 사측이 노조와 합의하거나 해고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협의하는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24조에 따르면 회사가 경영상의 이유로 직원을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조치를 다 해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 또 노조 등 근로자 대표에게 해고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합의해야 한다.

김성곤 푸르밀 노조위원장은 "성실하게 직원들과 협의하면서 대책을 마련하고 직원들에게도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직원들, 낙농가, 화물차 기사들이 서울 본사 앞까지 상경해 사업 종료와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집단 시위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법 "폐업 해고, 원칙적으로 기업의 자유"
법원은 폐업 해고는 원칙적으로 기업 경영의 자유에 따른다고 판단한다. 독립된 사업을 폐지하며 직원을 해고하는 것은 적법한 통상해고라고 보는 것이다.


대법원은 전기·전선전문업체 일진전기가 누적적자를 이유로 안산시 반월공장 통신사업부를 폐지하며 직원 6명을 해고한 사건에서도 같은 내용을 판시했다. 일진전기는 2014년 적자 누적을 이유로 안산시 반월공장 통신사업부를 폐지했다. 그러면서 같은 해 10월 통신사업부 소속 직원 56명 중 34명에게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7명을 다른 부서로 배치했다. 나머지 직원 6명을 해고 조치했다.

해고된 직원들은 2015년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노동위원회가 직원들의 신청을 받아들이자 회사 측은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폐업은 기업 경영의 자유이고, 노동조합의 단결권을 방해하기 위한 위장 폐업이 아닌 한 원칙적으로 기업 경영의 자유에 속하는 것으로 유효하다"며 "유효한 폐업에 따라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도 종료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일진전기는 전체 사업 폐지가 아니라 독립성이 없는 일부 사업체를 폐지하면서 직원들을 해고했다며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푸르밀, 폐업 불가피성 증명해야"
전문가들도 푸르밀이 경영상의 이유로 폐업하는 것이라면 부당 해고로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권혁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노동법상 폐업은 별다른 규제가 없다"며 "푸르밀은 사업 종료를 결정한 것이라 노동법상 규제 대상은 아니고, 해고 통보가 아니라 근로계약 해지라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

권 교수는 "아쉬운 점은 푸르밀이 임금이나 퇴직금을 주는 법적 책임을 넘어 직원들의 전직을 지원해주는 등 근로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없었다는 것"이라며 "평생 같이 일한 직원들을 배려하는 게 진짜 폐업하려는 사장들의 행동인데, 푸르밀은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2007년 롯데그룹에서 분사한 푸르밀이 사업을 종료한다.  업계에 따르면 푸르밀은 최근 전직원 400여 명에게 메일을 보내 사업 종료와 정리해고를 통지했다.  정리해고 대상은 푸르밀 전 임직원으로 시점은 11월30일이다.  사진은 18일 서울 영등포구 푸르밀 본사. 2022.10.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2007년 롯데그룹에서 분사한 푸르밀이 사업을 종료한다. 업계에 따르면 푸르밀은 최근 전직원 400여 명에게 메일을 보내 사업 종료와 정리해고를 통지했다. 정리해고 대상은 푸르밀 전 임직원으로 시점은 11월30일이다. 사진은 18일 서울 영등포구 푸르밀 본사. 2022.10.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영상 해고를 위한 법적 요건을 충족했어도 대량 해고에 대해 법원이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희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교수는 "푸르밀이 폐업의 불가피성을 증명하는 것이 향후 쟁점이 될 것"이라며 "푸르밀은 자사 직원뿐 아니라 낙농업계, 납품업체 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업은 사회적인 기능 가지고 있어서 폐업이나 해고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법적으로 기업이 폐업할 때 정리해고 절차를 준용해서 조정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는 명료하지 않다"며 "폐업에 따른 해고 절차도 정리해고처럼 완만하게 진행돼야 하므로 정치적 사회적 차원에서 개입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최홍기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도 "독일 등 해외 법원에서는 대량·집단해고의 경우 일반적인 정리해고보다 노동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에 별도로 엄격한 규율을 취하고 있다"면서 "기업 측의 경영 자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대량 해고는 근로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행위기 때문에 우리 법원도 준엄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푸르밀에 근로기준법 위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사측은 근로기준법 제26조와 제27조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 적어도 30일 전에 해고의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또 경영상의 해고일 경우 같은 법 제24조에 따라 근로자 대표에게 해고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합의해야 한다.

장윤미 변호사는 "푸르밀의 주장대로 적자가 누적돼 더 이상 손 쓸 수 없는 사태에 이른 것인지를 먼저 따져봐야 하는데, 푸르밀은 부동산 등 자산이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해고는 근로자의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미리 고지하도록 되어있는 건데, 푸르밀이 경영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해고 고지 기간을 지키지 않았다면 처벌할 수 있다"고 했다.

푸르밀이 사업 정리를 통보하면서도 법인을 유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백억 원대의 법인세 면제 혜택을 노린 '꼼수 사업 종료'라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푸르밀의 임직원 전원 해고 통보에 대해 절차·요건 상 해고가 합당한 지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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