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원 해고' 통보한 푸르밀 신준호 일가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2.10.1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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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롯데 그룹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신격호 롯데 그룹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롯데가(家)에서 축출된 뒤 유업체 푸르밀을 운영하던 신준호 회장 일가가 돌연 사업 중단을 선언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1941년생인 신 회장은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 신격호 명예회장이 일본에 머물 때 한국 롯데를 이끌 만큼 신망을 받았다. 롯데제과를 비롯해 롯데칠성음료, 롯데삼강, 롯데물산, 롯데건설 등 그룹의 주력 계열사 대표를 두루 거쳤다. 1975년 실업야구 창단부터 21년간 롯데 자이언츠 사장, 단장, 구단주를 지냈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에서 부동산 실명제가 시행되자 현 롯데제과 사옥이 있는 서울 양평동 부지 등을 두고 신격호 명예회장과 소송을 벌이면서 갈등이 깊어졌다. 이를 계기로 사실상 비주력 사업부문인 롯데햄·우유 부회장직만 맡았다. 이후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독자적인 길을 걷게 된다. 10여년 뒤인 2007년 지분정리 끝에 롯데그룹에서 계열 분리됐다. 롯데 상표권 문제가 발생해 2009년에는 현재의 푸르밀로 사명을 변경했다.



롯데 품을 떠나기 전 신 회장은 소주사업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는 듯 했다. 2004년 시원(C1)소주로 유명한 대선주조를 매입한 뒤 "부산과 함께하겠다"며 향토기업 마케팅을 펼쳤다. 그러다 3년 뒤 코너스톤 애쿼티 파트너스에 300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두고 재매각해 '먹튀'논란이 일었다.

신 회장과 그의 차남인 신동환 부사장이 사업종료 계획을 밝히면서 임직원 370여명에게 갑작스레 정리해고하기로 해 비판여론이 비등하지만 이보다 앞서 사회적 주목을 끌었던 것은 그의 장남 고 신동학씨다. 1994년 유학생 신분이었던 신씨는 그랜저를 타고 강남 도산대로를 운행하던 중 프라이드 운전자가 끼어들기를 하자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며 지인들과 함께 벽돌과 화분 등으로 집단폭행을 가해 뇌출혈 등의 상해를 입했다. 당시 신씨가 "건방지게 프라이드가 그랜저를..."이라고 한 말과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그는 2000년에 서울 삼성동에서 음주운전 상태에서 추돌사고를 낸 뒤 경찰관을 차문에 매달고 질주해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혀 구속되기도 했다. 1년6월의 수감생활 후 소리 없이 출소한 뒤 여자친구와 태국에서 거주하다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장남의 부재로 인해 푸르밀의 지배권은 신준호 회장에서 차남인 신동환 부사장으로 넘어갔다. 신 회장은 푸르밀의 중요 의사결정을 제외하고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도록 하다가 2018년 신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오너경영 체제가 된 것이다. 푸르밀의 지분은 지난해말 기준 신 회장이 60%, 신경아 이사 12.6%, 신동환 대표이사 10% 등 대부분이 오너일가가 소유하고 있다. 신 회장의 딸인 신경아 이사는 대선건설 대표이자 현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윤상현 국회의원의 부인이다.

취임 일성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내세웠던 신동환 대표이사지만 푸르밀의 그의 선임 첫해부터 실적부진에 빠졌다. 첫해 15억원의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2019년 88억원, 2020년 113억원, 2021년 123억원으로 매년 적자폭이 늘어났다. 지난 18일 푸르밀의 사업종료와 임직원 해고통보는 푸르밀 임직원을 비롯해 원유를 공급한 낙농가와 대리점 모두에게 피해를 입힐 수 밖에 없다. 기업인이 사회적 책무를 등한시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신 회장측은 직원들에게 퇴직금만 지급하기로 했다. 신 회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직원들보다 10배 더 걱정이 많다"며 "끝까지 노력은 해보겠다"고 했다.

(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신동환 푸르밀 대표이사가 유제품 브랜드 사인회에 참석해 베어브릭을 들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1.16/뉴스1  (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신동환 푸르밀 대표이사가 유제품 브랜드 사인회에 참석해 베어브릭을 들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1.1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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