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레미콘공장 헐자 레미콘 운임 압박 시작...건설사 '전전긍긍'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2.10.1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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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삼표레미콘 공장 철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1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삼표레미콘 공장 철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성수동 삼표 레미콘공장을 부순 직후인 8월 말부터 '운송료 인상' 요구가 시작됐습니다."



레미콘운송노조(이하 노조)의 운송 거부로 이달 초부터 열흘 이상 공사가 지체된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의 말이다.

노조가 레미콘사와 운임 협상을 마친 지난 6월 이후 3개월 만에 공식 협상자가 아닌 건설사를 상대로 추가 운임을 요구한 것은 처음부터 '기획된 행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레미콘노조, 4대문 안 사업장부터 전략적 운송 중단...18일부터 재개했으나 다른 사업장 확산 우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조는 전일부터 서울 사대문 안 도심권 공사 현장에 레미콘 운송을 재개했다. 지난 1일 교통체증을 이유로 공급을 전격 중단한 지 17일 만이다.

건설사가 딱히 대응할 수 없을 정도로 노조의 영향력이 커진 시점은 삼표산업이 운영 중인 성수 레미콘공장 철거가 완료된 8월 말부터다.

철거 전 삼표산업은 이 공장이 없어도 시내 외곽에 있는 다른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으로 공급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성수공장 철거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심상치 않은 사태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컸다. 이곳의 생산량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표레미콘 성수 공장의 시간당 레미콘 생산능력은 1080㎥/hr로 천마콘크리트 세곡공장(720㎥/hr), 신일씨엠 장지공장(720㎥/hr), 삼표 풍납공장(420㎥/hr) 등 시내 다른 공장보다 훨씬 많았다.

노조는 4대문 안에서 건설 현장을 운영 중인 건설사를 상대로 8월 말부터 교통체증 등을 이유로 운송이 어렵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다음 달부터는 이 문제를 풀려면 운송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레미콘 공급 계약을 맺은 곳이 노조가 아니어서 직접 협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7월 한국레미콘공업협회가 노조와 1회당 운송료를 5만6000원에서 2024년까지 6만9700만원으로 24.5% 올리는 방안에 합의한 점도 고려했다.

그런데도 노조는 직접 협상 대상이 아닌 건설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달 초부터 아예 운송을 끊어 공사 현장에 차질이 빚어졌다. 대우건설이 을지로 세운지구에 시공 중인 아파트와 주거용 오피스텔 단지, 계룡건설산업이 맡은 한국은행 통합별관 공사도 일부 공정이 중단됐다.

이들 현장은 한창 골조 작업을 진행 중이거나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레미콘 수급이 하루라도 끊기면 타격이 크다. 이 때문에 일부 건설사는 수도권 사업장에 레미콘 수급을 요청하는 대안을 검토했으나 결국 포기했다. 노조 지부가 연결돼 도움을 요청해도 거절한 탓이다.

공사 중단이 길어지면서 피해가 누적된 건설사들은 결국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 인상된 운임을 지불키로 했다. 노조가 전일부터 운송을 재개한 이유다.

18일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의 운송거부에 따라 중단됐던 레미콘 공급이 건설사들의 운송노조 요구 수용으로 서울 도심 일부 건설현장에 공급이 재개됐다. 운송노조는 지난 1일부터 서울 내 교통체등 등을 이유로 운송 단가 추가 인상을 요구하며 운송 거부에 나섰다.  사진은 이날 수도권 내 한 레미콘 공장의 모습. /사진제공=뉴스118일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의 운송거부에 따라 중단됐던 레미콘 공급이 건설사들의 운송노조 요구 수용으로 서울 도심 일부 건설현장에 공급이 재개됐다. 운송노조는 지난 1일부터 서울 내 교통체등 등을 이유로 운송 단가 추가 인상을 요구하며 운송 거부에 나섰다. 사진은 이날 수도권 내 한 레미콘 공장의 모습. /사진제공=뉴스1
운송료 올려 공급 재개했으나 미봉책...향후 전국 사업장으로 사태 확산 우려
하지만 이번 조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로 레미콘 공급이 끊기면 건설사들이 '속수무책'이란 점을 확인한 노조가 서울 시내 외에도 수도권과 지방 등 다른 사업장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시위에 나설 가능성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노조가 이번 4대문 사업장 사례를 지렛대로 삼아 서울 전역과 수도권, 지방 등 다른 대형 사업장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운임 압박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매우 크다"며 "사실상 불법적인 이런 행위를 방관하고 피해를 받으면 결국 공사비만 늘어나 최종적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레미콘사는 이번 노조의 행위가 가격 인상을 목적으로 한 불공정 행위로 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강경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두 곳의 갈등을 중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에 답답함을 토로한다.

한편 이번 사태를 촉발한 성수 레미콘공장 철거와 관련, 서울시는 "민간의 합의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심에 레미콘공장이 사라지는 것은 대부분의 시민이 바랬던 일이고, 공장 철거에 앞서 대체지 문제에 대해서도 토지 소유주인 삼표에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삼표가 스스로 성수공장 운영을 중단한 것이기 때문에 이후 일은 민간의 자정 능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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