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동박시장 점유율 1위는 SK넥실리스(22%)다. 중국의 왓슨(19%)과 대만의 창춘(19%)이 SK넥실리스에 이어 2·3위에 이름을 올렸다. 4위는 13%의 점유율을 나타낸 일진머티리얼즈였다. SK넥실리스와 일진머티리얼즈는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할 것으로 점쳐지는 2025년을 목표로 글로벌 거점 생산기지 확보와 이를 바탕으로 한 생산량 증대 및 고객사 다변화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C는 2025년까지 글로벌 5각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연 25만톤 이상의 동박 생산능력을 확보한단 구상이다. 6개 동박 생산라인이 들어선 정읍공장 신·증설 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국·유럽(폴란드)·아시아(말레이시아) 거점 생산라인의 수율을 조기에 높여 고객사 수요에 대응한단 방침이다.

4위 일진머티리얼즈도 중국계 동박 제조사들을 넘어서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현재 한국과 말레이시아에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현지 케파를 확대하고 미국·스페인 지역에 신규 동박 거점을 마련해 2027년까지 글로벌 23만톤 생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세계 최초로 초고강도(90kgf/㎟) 동박 개발에 성공했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술경쟁력 제고도 노리고 있다.
업계는 롯데케미칼의 인수가 일진머티리얼즈 성장에 시너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1일 미국 배터리 소재사업 지주사 '롯데 배터리 머티리얼즈 USA'를 통해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53.3%와 경영권을 2조7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분 취득은 내년 2월 이뤄진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통해 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 등 4대 핵심소재 제작에 필요한 필수 소재사업 영역을 갖추게 됐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양극재용 알루미늄박과 분리막을 생산하고 있으며 전해액 유기용매(EC, DMC) 공장을 건설 중이다. 동박사업 인수를 통해 배터리 밸류체인 입지를 한층 강화했다. 업계는 배터리 소재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롯데케미칼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생샨량 확대를 추진해온 일진머티리얼즈와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뿐 아니라 주요 소재시장에서 한국과 중국 기업들 간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이라면서 "IRA가 발효되면서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 주요 완성차·배터리 기업들이 SK와 일진에 러브콜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두 회사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양산 경쟁력을 갖춘 만큼 동박 시장에서 한국의 판전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