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뉴스1) 이준성 기자 =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이유(Porte de Verseille)’ 전시회장에서 ‘2022 파리국제모터쇼(MONDIAL DE L’AUTO PARIS)’ 프레스데이가 열려 '대륙의 테슬라'로 불리는 중국 자동차 브랜드 비야디(BYD)가 신형 EV 세단 ‘씰(SEAL)’을 선보이고 있다. 2022.10.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7일(현지 시각) 프랑스 현지 매체 '레제코'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유럽도 미국 IRA처럼 유럽 내 생산한 차량에 대해 보조금을 줘야 하나'라는 질문에 "유럽을 우대하는 정책을 강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IRA 같은) 방식을 오랜 기간 선호해왔다"고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개막한 '파리국제모터쇼' 방문을 앞두고 이같이 발언했는데 정작 모터쇼에 등장한 프랑스 완성차업계조차 자사 전기차를 자국에서 생산하지 않는다. 올해 1~7월 프랑스에서 판매된 신차 중 12%가 전기차지만 프랑스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는 소수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강화하자 유럽 내에서도 '유럽 우선주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마크롱 정부가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IRA는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세액 공제를 주는데, 프랑스도 이에 맞대응해 유사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자국 및 유럽 내 생산·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도 지난달 말 "유럽 내에서 생산한 전기차나, 새로운 친환경 기준을 엄격하게 지킨 차량에 보너스(보조금)를 줄 시간이 왔다"며 "우리의 산업과 일자리, 기술을 지키려면 (미국과)같은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국내 완성차업계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불편한 기류가 계속되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지난해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15.4%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도 총 16만7305대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중 절반에 가까운 7만7975대를 유럽에서 판매했다. 판매된 전기차는 모두 국내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한 물량이다. 결국 EU·미국이 양자 간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향후 한-EU 간 무역 마찰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전 세계가 점점 자국우선주의로 가고 있다"며 "미국은 이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위반하는 IRA를 내세웠는데 유럽도 한-EU FTA를 어기고 비슷한 조치를 취하면 한국이 더욱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 WTO(세계무역기구)가 사실상 그 기능을 잃은 상태인데 향후 유럽 문제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미국과의 협상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