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래대금이 입금될 때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국내 M&A(인수합병) 시장 얘기다. 매수자와 매도자의 '셈'이 틀어지면서 인수계약이 무산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국내 대형 PEF(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메가스터디교육과 카카오모빌리티 인수에 관심을 가져왔다. 실제로 자문사를 선임하고 인수절차를 진행했지만 두 건 모두 잠정 중단한 상태다. 경기침체, 금리인상 등 해결되지 않은 변수들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치과 임플란트 회사 디오 매각도 지난 8월 무산됐다. 국내 1위 보툴리눔 제제 기업 휴젤 창업자인 홍성범 원장 측이 지난 3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인수를 추진했지만 결국 발을 뺐다.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범롯데가 푸르밀은 LG생활건강에 매각을 추진했지만 매각이 무산됐다. 이후 전직원 정리해고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대형 딜 무산 사례가 나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4조1000억원 규모 IFC 인수를 추진했지만, 역시 금리인상과 환율상승이 발목을 잡았다. 인수금액 중 절반 정도를 대출로 조달하려는 구조여서 금리인상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
이밖에도 화이자타워와 아이콘 역삼, 363강남타워 등이 매각을 추진했지만 최근 작업이 중단됐다. 금리인상과 투자심리 위축을 견뎌내지 못해서다.
IB업계 관계자는 "대외적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인수대금이 입금되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분위기"라며 "이렇게 많은 딜이 연달아 깨진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