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모으기도 빅딜 찾기도 어렵다"…쪼그라든 M&A 시장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김근희 기자 2022.10.1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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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보릿고개]①

"돈 모으기도 빅딜 찾기도 어렵다"…쪼그라든 M&A 시장


국내 M&A(인수·합병) 시장이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다. 통상 연말에 다가갈수록 딜 클로징(거래 종결) 사례가 증가하는 계절성도 올해엔 없다. 금리가 올라 '돈값'이 비싸졌다. 증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몸값'을 둔 매수자와 매도자의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1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국내 M&A 거래건수는 2375건, 1024억달러(약 145조원) 규모를 기록했다. 거래규모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한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PEF(사모펀드) 신규 약정액은 6조8501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11조8427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3분기 주요 딜은 손에 꼽을 정도다. 에스디바이오센서가 국내 사모펀드 SJ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만들어 미국 체외 진단 기업 메리디안 바이오사이언스(나스닥 상장사)의 지분 100%를 사들인 딜(약 2조원 규모) 정도만 눈에 뛴다.



M&A 시장에 매물이 나와도 팔리지 않는다. 매드포갈릭, 바스버거, 버거킹 등 식음료 기업과 롯데카드, 모던하우스, 에이블씨엔씨 등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매수자의 움직임이 뚜렷하지 않다. 기관투자자와 PEF에 여러 투자 문의는 여전하지만 막상 실제 투자로 이어지는 경우는 급격히 줄었다는 설명이다.

대세는 '신중론'이다.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들은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태풍이 지나가길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진행되던 딜 중 상당수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M&A 한파의 가장 큰 요인은 금리인상이다. 글로벌 금리 인상 여파가 한국까지 미쳤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올해 들어서만 2%p 올라 3.00%까지 치솟았다.


금리는 '돈값'이다. M&A 과정에서 '돈줄' 역할을 하는 인수금융 시장이 얼어붙었다. 지난해 3~4%에서 형성됐(던 M&A 인수금융 평균 금리는 7~8%까지 뛰어올랐다. 최근 한국은행의 빅스텝(금리 0.5% 인상) 단행으로 인수금융 금리는 더 오를 전망이다. 연내 10%대를 넘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내 한 대형 PEF 대표는 "인수금융 이자가 연 7~8%인데 10% 이상 수익이 보장되는 딜이 아니면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며 "자금조달 수요가 더 꺾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이 얼어붙은 것도 M&A를 어렵게 하는 이유다. 자산가격이 떨어진 상태에서 새로운 가격을 기준으로 가치를 정하려는 매수자와 기존 가격을 고수하는 매도자 간 의견이 대립한다. 중간지점에서 가격을 협의한다고 해도 한쪽에선 '헐값', 한쪽에선 '오버페이'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IB업계 관계자는 "인수금융 금리 상승과 LP들의 투자 위축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졌고, 대부분 상장사들의 주가가 크게 내리면서 기업가치를 둔 이견도 큰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확실한 수익이 보장된 매물이 아니면 거래가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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