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골프웨어 적자생존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2.10.19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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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마지막이다." 골프 시장이 급격히 꺾이기 전부터 골프웨어 업계에선 성장이 정점에 다다랐다는 시각이 팽배했다. 올해 자리를 잡지 못하면 내년부터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긴장감이 퍼져 있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골프 관련 매장 비중을 높였던 백화점들도 최근엔 자제하는 분위기"라며 "내년에는 충성 소비자를 확보하지 못한 브랜드들은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 열기가 식고 있다는 징후는 뚜렷하다. 레저 회원권 전문 거래소인 에이스회원권에 따르면 골프회원권 종합지수는 지난 7월 1357을 정점을 찍고 10월에 1285로 급락했다. 골프장 회원권 종합지수는 2015년 1월 1일 회원권 지수를 1000으로 기준으로 놓고 매일의 호가 등락을 표시한 회원권 시세 표준화 지수다. 골프를 즐기기에 딱 알맞은 라운딩의 계절에 회원권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해 말(1222)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치지만 해외 여행이 가속화되면 추가로 하락할 여지가 있다.



골프존뉴딘홀딩스의 골프용품 유통기업 골프존커머스가 최근 상장 계획을 철회한 점도 좋지 않은 징조다. 골프존커머스는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에서 공모가 하단에서도 청약 수요를 확보하지 못했다. 유례없는 골프 호황이라는 과거만 믿고 공모가를 PER(주가수익비율) 16.25배까지 공격적으로 끌어올린 탓이다. 골프존커머스는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흥행을 자신했지만 증권가의 오랜 투자 경고문처럼 '과거의 수익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 법'이다.

골프웨어 시장도 마찬가지다. 각 패션사가 젊은 소비자를 놓칠까봐 전문 골프 브랜드는 물론 기존 브랜드에서 골프라인을 출시하는 데 열을 올렸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남성복 브랜드 '란스미어'에서 골프 캡슐 컬렉션을, 구호에서는 골프 라인을 정식 출시했다. 한섬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랑방'과 손잡고 '랑방블랑'이라는 골프웨어 브랜드를, 코오롱FnC는 여성 영캐주얼 브랜드 럭키슈에뜨에서 골프 등 아웃도어 활동을 위한 스포츠라인을 내놓았다. 모두 '일상복스러운 골프복'을 지향하고 있지만 실제로 골프복을 입고 도심을 활보하는 사람은 적다. 골프 인구가 줄어든다면 골프웨어 시장도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쪼그라든 시장에서 일부 프리미엄 브랜드 위주로 적자생존의 게임이 펼쳐질 것이고 승패가 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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