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몰아친 M&A 시장에 움츠린 PEF…"내년도 힘들다"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22.10.1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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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보릿고개]④

한파 몰아친 M&A 시장에 움츠린 PEF…"내년도 힘들다"


# PEF(사모펀드) 운용사인 A사는 M&A(인수·합병) 계약 2건의 딜 클로징(거래종결)을 뒤늦게 마무리했다. 당초 예정했던 일정보다 늦춰졌다. 지난해말 계약할 때와 달리 인수금융 이자가 올라 거래 상대방의 자금조달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A사 대표는 "올해 들어 딜 클로징이 연기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인기 있던 매물들도 팔리지 않고 있다"며 "PEF 대부분이 '올해는 일단 쉬고 지켜보자'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M&A 시장이 겨울잠에 들어간다. 금리 인상 영향으로 인수금융 비용이 증가하고 상장사·비상장사의 밸류에이션이 급락하는 등 시장 상황조차 여의찮아서다.

1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3분기 국내 M&A 누적 거래규모는 1024억달러(약 146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올해 M&A 거래건수는 1분기 833건, 2분기 857건, 3분기 685건 등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PEF들이 한파에 대처하는 대표적 방법은 '관망'이다. 일부 PEF는 매물을 장기 보유하기로 결정하거나 임원들에게 휴가를 줬다.

정경수 삼일회계법인 M&A 센터장은 "추가 금리인상 등 시장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보니 대부분 PEF들이 관망하고 있다"며 "LP(기관투자자)들이 지갑을 닫아 중소형 PEF들의 경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일부 대형 PE들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PEF들은 대부분 인수보다 매각에 집중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모던하우스, IMM PE는 EMK, 스카이레이크는 넥스플렉스 등을 내놓거나 매각 계약을 진행 중이다.


투자하더라도 볼트온(Bolt-on·유관 기업 인수) 등 기존 투자처의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경우가 많다. 볼트온은 기존 투자처의 유사 업종을 M&A해 투자 기업 가치를 키우는 전략이다.

IMM PE(프라이빗 에쿼티)가 보유한 펫프렌즈는 유전자 검사 기반 반려동물 건강관리 가이드 제공하는 스타트업 피터페터에 투자했다. 반려동물 헬스케어, 라이프사이언스 기업에 추가 투자해 펫프랜즈의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금리인상에 이어 경기침체 우려까지 커진 만큼 당분간 M&A의 겨울은 길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이준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관건은 미국이 금리인상을 중단하는 것인데 물가 상승률이 아직도 높다"며 "내년까지도 여파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센터장은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로 M&A딜을 체결한 덕분에 그 여파로 PEF들의 그나마 버텼다"며 "올해는 M&A딜이 줄어든 만큼 내년에 PEF들의 실적이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차전지, 에너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바이오, 4차 산업 등의 발전은 여전한 만큼 해당 영역의 M&A는 꾸준할 것이란 예측이다.

정 센터장은 "미래 성장 산업이면서 캐시플로우(현금흐름)가 있는 기업들 M&A 수요는 여전히 높다"며 "이차전지, ESG, 4차 산업 등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차전지의 경우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시행하면서 중국 중심의 공급망을 바꾸려 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M&A가 활발하다.

이달 롯데케미칼의 미국 배터리 소재 지주사인 롯데배터리머티리얼즈UAS는 일진머티리얼즈를 2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동박 생산능력 1위 기업이다.

치과 구강 스캐너 기업 메디트 4조원 규모 인수전에는 SKT, GS와 칼라일 컨소시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이 뛰어들었다. KT클라우드가 추진 중인 최대 1조원 규모 투자 유치 예비입찰에도 국내외 20곳이 참여하는 등 경쟁이 치열했다.

이 변호사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에너지, 이차전지 분야의 공급망 재편과 디지털화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관련 분야 투자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경기가 회복되고 기업가치가 오를 때를 대비해 선투자해야 하는 분야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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