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가 병원을 찾지 않고 처방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은 한국얀센의 타이레놀, 대원제약 콜대원, 동화약품 판콜, 동아약품 판피린 등이 있다. 방역 당국과 의료계를 중심으로 인플루엔자(독감)를 비롯한 호흡기 감염병이 올겨울 코로나19와 동시 유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추후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제약 업계에 따르면 감기약의 품귀 현상은 발생하지 않은 상태다. 앞서 올해 초 오미크론 유행으로 재택치료가 일반화되면서 '감기약 대란'으로 곳곳에서 품귀 현상이 빚어진 이후에는 공급에 차질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평년보다 감기약 수요가 높지만 올해 초 만큼은 아니다"며 "수요 증가에 대비해 공장 가동을 최대화하고 있고, 원료 확보 등에 대해서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약국가에서는 겨울철 감기약 품귀 현상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강남구 약사 C씨는 "약국에서 감기약을 갖춰놓는 것은 기본 아니겠느냐"며 "오미크론 유행 이후 감기약 판매는 제약사의 생산·공급에 달려있다. 아직은 크게 무리가 없는 상황이지만 겨울철 수요가 급증할 경우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감기약 품귀 현상의 원인으로 수요 급증을 꼽는다. 감기약을 판매하는 제약사는 한정돼있고, 이에 필요한 설비가 있는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수요가 늘어나면 품귀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한시적 유행 때문에 공장을 증설하기도 어렵고, 증설하더라도 당장 가동할 수는 없다. 현재 감기약을 판매하는 제약사들이 생산량을 늘리는 것 외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는 의미다.
정부도 이를 두고 고민이 깊다. 증산을 권고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3월 타이레놀을 생산하는 한국얀센 공장이 철수한 데 따라, 정부는 해열진통제의 증산을 위해 해당 성분 약제의 약값 인상 등을 협의 중이다.
식약처는 최근 감기약 생산 독려를 위해 업체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해열진통제 주성분을 복수 인정하고, 조제용 감기약은 소량 포장 의무를 해제한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감기약 수급 불안정과 관련, "식약처에서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썼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