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없는 추락' -72.1% 빠진 카카오...부메랑 된 문어발 상장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2.10.18 05:00
글자크기
'희망없는 추락' -72.1% 빠진 카카오...부메랑 된 문어발 상장


성남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지난 주말 역대 최장기간 서비스 장애를 겪은 카카오그룹주가 또 한번 '대폭락의 날'을 겪었다. 카카오를 비롯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가 나란히 급락하며 신저가로 추락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 평했다. 미미한 매출 영향에도 주가는 또 다시 급락했다. 지난주 바닥을 찍고 반등했던 주가가 재차 신저가를 경신하면서 추가 하락에 대한 공포가 커졌다.



17일 코스피 시장에서 카카오 (36,350원 ▲200 +0.55%)는 전일대비 3050원(5.93%) 내린 4만8350원에 마감했다. 카카오뱅크 (21,150원 0.00%) -5.14%, 카카오페이 (23,400원 ▼1,000 -4.10%)도 -4.16% 하락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카카오게임즈 (17,510원 ▲10 +0.06%)도 -2.22% 하락한 3만7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카카오는 지주사" 자회사 상장 계속되면 -50% 추가 하락도 가능
지난 15일 오후 3시33분 경기도 성남시 판교 SK C&C 판교캠퍼스 A동 데이터센터 지하 3층 전기실에 화재가 발생했다. 이 데이터센터는 카카오 데이터를 관리하는 시설로 화재 직후 카카오톡과 다음 포털 등 카카오그룹 서비스가 장애가 발생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화재로 카카오에 약 220억원 피해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카카오 공동체의 주요 서비스에서 장애가 발생해 광고, e커머스, 콘텐츠 등 카카오 주요 사업에서 총체적 피해가 예상된다"며 "4분기 카카오의 예상 매출액을 일할 계산해 단순 피해 규모를 추산하면 약 22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서비스 장애 피해는 단기적이고 제한적이나 주가는 다시 신저가로 추락했다. 주주들은 "바닥이 대체 어디냐"며 아우성쳤다. 카카오 주가가 지난해 고점 대비 -72% 넘게 밀렸는데도 하락세가 멈추지 않아서다.

'희망없는 추락' -72.1% 빠진 카카오...부메랑 된 문어발 상장
전문가들은 지난 2년간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등 자회사를 줄줄이 상장하면서 기업가치 희석이 이어진 점을 주가 폭락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가 자회사를 줄줄이 상장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양호한 주가를 유지했을 것"이라며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즈의 성장성에 투자하고 싶었던 주주들이 모두 카카오에 투자했을 텐데, 자회사 상장으로 투자포인트가 계속 줄어들면서 기업가치가 희석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웹툰까지 줄줄이 상장이 이뤄지면 카카오는 다수 상장사 지분을 보유한 지주사 기업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한국증시에서 지주사 주식은 유독 저평가가 심한 편이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 상장돼 기업가치가 분산됐기 때문이다.

코스피에서 지주사 주식은 PBR(주가순자산비율, 장부가 기준 기업가치) 기준 0.5배 이하가 대부분이다.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고 자회사를 흡수합병하며 지주사 가치를 상향시키려 노력하는 SK가 0.5배 정도를 인정받고 있다. 0.4배를 밑돌아 0.3배 수준의 지주사도 많다.

그런데 작년 고점대비 72.5% 하락한 카카오는 아직도 PBR 기준 1.9배다. 자회사를 계속 상장한다면 PBR은 추가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



카카오는 올해 카카오모빌리티 상장을 철회하고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상장도 잠정 중단했다. 하지만 재무적 투자자의 이해관계로 2023년 이후 자회사 상장 시도는 재개될 전망이다.

최 연구원은 "자회사 상장이 계속된다면 카카오 주가는 PBR 1배 아래로 더 내려갈 수 있다"며 "지주사가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위해선 자회사의 배당성향이 높아야 하는데, 카카오 자회사들은 아직 높은 배당성향을 실시할 여력이 없다"고 진단했다.

'희망없는 추락' -72.1% 빠진 카카오...부메랑 된 문어발 상장
카카오그룹주에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는 한 펀드매니저는 "계속된 자회사 상장으로 카카오는 시장에서 이미 지주사격 회사로 인식되고 있다"며 "지주사 기준으로 본다면 많이 하락한 현 주가는 아직도 비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플랫폼 기업 구글의 경우 증시에 1개 상장사(지주사 알파벳)만 유지하고 있다. 자회사 유튜브를 상장할 경우 초대형 자금유입을 기대할 수 있지만 구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자회사를 상장하지 않았다.

국내 증시에서는 자회사의 문어발식 상장을 단행한 카카오와 상장사 한 곳에 모든 기업가치를 집중시킨 NAVER (170,200원 ▲800 +0.47%)가 대조되는 사례로 꼽힌다.

최남곤 연구원은 "카카오는 기업의 외형 확장에 최적화된 전략을 구사했지만 주주 이익 환원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기업을 운영하는 철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철학은 긴 시계열로 보면 결국 기업가치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