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주무관이 17일 오후 2시 50분 경 흡연 단속한 사람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휴대폰 번호를 단속기에 입력하고 있다./사진=유예림 기자](https://thumb.mt.co.kr/06/2022/10/2022101715124365881_1.jpg/dims/optimize/)
지난 14일 오후 2시쯤 마포구 보건소의 흡연 단속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한 20대 남성이 상암동 DMC 문화공원에서 담배를 피우다 걸리자 이희숙 주무관(가명)에게 "단속원님 이름을 알려달라"며 이같이 따졌다. 문화공원은 금연구역이었다. 벤치와 땅바닥 곳곳에 '금연구역' 딱지가 붙어 있었다. 하지만 남성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했다.
이 남성은 이 주무관 얼굴을 향해 2초가량 흰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동시에 뱉은 말.
단속 일을 한 지 7년이 넘었지만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하고도 화를 내는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적응이 안된다. 이 주무관은 "아들뻘 되는 사람이 저렇게 행동하면 당연히 화난다"며 "화를 참느라 밥이 안 넘어갈 때도 있다"고 했다. 이 주무관에게는 올해 스물아홉살 자녀가 있다.
문화공원에는 2~3m 간격으로 담배 꽁초가 떨어져 있었다. 20분여분 동안 문화공원에서만 4명이 적발됐다. 두 주무관은 쉴 틈 없이 업무용 차를 타고 다음 목적지인 서부운전면허시험장으로 향했다. 오전과 오후 3시간씩 흡연단속을 해야 한다. 한번에 평균 3~4곳씩, 많게는 7곳씩 단속한다.
![유 주무관이 17일 오후 3시경 서울 마포구 보건소 앞 벤치에 금연 안내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단속원들은 흡연 단속뿐 아니라 이렇게 안내 문구 정비 등의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사진=유예림 기자](https://thumb.mt.co.kr/06/2022/10/2022101715124365881_2.jpg/dims/optimize/)
하지만 무엇보다 잦은 폭언·폭설이 단속원들을 심적으로 지치게 한다고 한다. 언젠가 이 주무관은 흡연자가 욕을 해서 '지금 욕한 거냐' 항의한 적이 있다. 그러자 흡연자는 '내가 언제 당신에게 욕했느냐'며 '혼잣말이었다' 잡아뗐다고 한다. 김 주무관도 "금연 구역 밖에서 담배를 피워달라고 하면 '네' 말만 하고 계속 피우며 무시하는 흡연자들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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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원이 흡연자에게 폭행당하는 일도 간혹 발생한다. 지난달 26일 서울 강북구 수유역에서 한 중년 흡연단속원이 20대 여성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있었다. 여성은 흡연을 지적받자 '니킥'하듯 단속원을 여러 차례 걷어찼다가 아예 가방을 붙잡고 8차례 머리를 때렸다.
![지난달 26일 오후 4시50분쯤 서울 강북구 수유역에서 아버지뻘 공무원을 폭행한 2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영상=트위터](https://menu.mt.co.kr/animated/mt/2022/10/2022101715124365881_animated_1602464.gif/dims/resize/480/)
대다수 흡연 단속원이 기간제 공무원인 점도 단속원들을 위축시킨다. 적잖은 흡연자들이 단속에 불만을 품고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민원을 제기한다. 한 흡연자가 이틀 동안 신문고 민원 14건을 접수한 적도 있다고 한다. 주기적으로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단속원들로서는 민원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이 주무관, 김 주무관은 5년마다 계약을 갱신한다.
이 주무관은 "대답만 잘못해도 괜히 문제의 소지가 생길까 봐 일일이 대응을 못 한다"며 "욕하지 말라는 말만 하고, 들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