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겨울이 두려운 스타트업에게…

머니투데이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2022.10.17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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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사진제공=블루포인트파트너스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사진제공=블루포인트파트너스


지금 일어난 사건, 혹은 미래에 발생할 일들은 모두 과거의 비슷한 사건 가운데 하나다. 이는 기업을 운영하는 데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최근 스타트업 생태계의 투자 혹한기를 보는 시각은 저마다 제각각일 수 있다. 특히 이런 상황을 처음 겪는 젊은 스타트업 대표나 구성원 중 많은 숫자는 두려움에 빠져 있을지도 모른다. 투자금이 메말라 전 직원에 사직을 권고하거나 C 레벨이 줄퇴사를 하는 등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은 공포를 전염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감히 말하고 싶다. 기회는 여전히 스타트업에 있다.



1990년대를 캠퍼스에서 보낸 세대는 최근 상황을 보며 가깝게는 글로벌 금융위기, 조금 멀게는 닷컴버블과 IMF 사태를 떠올린다. 당시는 지금보다 훨씬 파멸적 상황이었다. 굴지의 기업들 주가가 10분의 1로 떨어지고, 심지어는 하루아침에 도산했다. 여파로 수많은 작은 기업이 줄줄이 쓸려나갔다. 희망보다 절망이 가까운 때였지만, 위기를 극복한 기업은 살아남았다. 이들은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고, 용감하게 도전에 나선 스타트업은 사회와 산업의 변화를 선도했다. 전자는 아마존, 후자는 우버로 대표된다.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다'는 역사적 교훈 외에도 낙관적 기대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산업이 선형적 성장(Linear Growth)을 하던 기존에는 자본을 가진 대기업이 변화를 주도했지만, 이제 스타트업도 힘을 보태고 있다. 디지털전환, AI(인공지능), 웹3 등 광범위하고 융합적인 변화가 몰려오다 보니 어떤 조직이라도 혼자서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을 달성하기 위해 이미 시장에 진입해 기술과 인력을 확보한 스타트업과 손을 맞잡는 전략이 늘어난 배경이다. 유동성의 위기라도 산업의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한다.



이처럼 최근 국내 유수의 대기업은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통한 스타트업과의 PoC(사업 실증) 등 신성장 동력 발굴에 여념이 없다. 전략적 투자도 활발하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간 40곳에 가까운 CVC(기업형 벤처캐피털) 설립이 이어진 것 역시 스타트업에서 혁신의 기회를 찾으려는 시도다. 이미 미국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이 설립한 CVC가 올해 상반기 전체 투자금의 26%를 담당하며 시장을 지탱하고 있다. 극초기 스타트업을 발굴·지원한다는 개념조차 희박했던 과거와 달리 스타트업을 '혁신의 열쇠'로 인식하는 등 시장도 성숙해졌다.

특히 스타트업은 기존 산업이 풀지 못한 문제에 도전할 때 더 큰 가치를 평가받는다. 아마존을 이긴 핀테크 기업 스퀘어의 창립자 짐 매캘비는 누구도 해결 못한 '완벽한 문제'를 찾는 것이 혁신의 비결이라 밝힌 바 있다. 거창한 기술 창업이 아니어도 좋고, 고령화나 저출산 같은 사회 문제일수도 있다. 블루포인트도 컴퍼니빌딩을 통해 도전을 시작했는데, 초등학교 저학년의 '방과 후 돌봄 공백'에 주목했다. 현재 공공 중심의 서비스는 돌봄 자체에만 초점이 맞춰져 정작 수혜를 받는 아이들의 만족도가 낮다. 이를 공간과 디지털을 결합한 방식으로 풀고자 하며 조만간 시장에 선을 보일 계획이다. 이런 시도가 쌓여 나간다면 시장의 난제는 머지않아 해결될 것이다. 블루포인트가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노자 '도덕경' 13장에는 총욕약경(寵辱若驚)이라는 말이 나온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똑같이 경계하라는 뜻이다. 매일이 변화무쌍한 스타트업에는 꼭 필요한 덕목으로 생각된다. 투자금이 넉넉하다고 좋아했지만 탕진하는 것은 순식간이며, 투자금이 메말라 치열하게 생존을 고민하는 가운데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리기도 한다. 역사적으로도 수많은 명품과 명가는 위기의 순간에서 탄생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는 옛말도 요즘식으로는 '난세에 위대한 기업이 나온다'로 통용되지 않을까? 도전을 멈추지 않는 스타트업에게 기회는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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