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을 사는 우리가 '남산' 하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서울의 랜드마크 남산이 일본 식민통치의 중심부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식민통치의 중심부이기 전에 남산이 조선 건국 시기부터 한양의 남쪽을 든든히 지켜주는 주작(朱雀)의 산 '목멱산'이었다는 점은 더 생소할 수 있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지만 세상이 변할 때 마다 모습을 달리한 남산. '푸른 눈썹 같은 봉우리, 아름다운 남산'(윤도준 지음/일조각)의 마지막에 첨부된 연대표를 보면 남산 자체가 우리의 역사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저자는 경희대학교 의과대학부속병원 정신과 과장을 역임한 정신과 의사다. 하지만 그보다는 125년 역사의 국내 최장수 기업으로 꼽히는 동화약품 회장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남산의 뿌리를 찾아가는 이 책에서는 스치듯 동화약품도 언급된다. "1897년, 고종은 조선을 대한제국으로 새로이 선포하고 황제로 즉위해요. 이때가 바로 우리나라 국산 신약 1호 활명수를 만든 동화약방(동화약품의 전신)이 창업한 해예요"(53쪽)
저자는 조선시대부터 오늘날까지 남산의 모습을 시대순으로 엮었다. 하지만 딱딱하고 지루한 통사(通史)는 아니다. 이성계의 한양 천도 후 민족의 산이었던 남산이 다사다난했던 근현대 시기를 겪으며 어떻게 파괴되고 변형되고 복원되었는지 풍부한 설명을 들으며 저자와 함께 걷고 탐방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저자는 남산이 '지워가는 역사'가 아닌 '다음세대가 기억해야 할 역사'의 장이 됐으면 한다고 제안한다. "일제 강점기 일본의 근거지였던 남산을 한국의 다크 투어리즘 명소로 만들어 볼 순 없을까요? 굴곡진 근현대사를 함께하고 있는 남산과 연계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남산의 역사 탐방을 활성화하면 좋을 것 같아요"(21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