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으로 톡하고 '우티'로 택시부른다…위기의 '카카오 왕국'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2022.10.1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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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대란]카카오톡 10시간 먹통에 대체 앱 '반사이익'
국민 메신저 타이틀 잃나…선택과 집중 필요

15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판교캠퍼스에서 불이나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 이날 오후 카카오 등 데이터 관리 시설이 입주해있는 이 건물 지하에서 불이나면서 카카오톡, 카카오택시 등 일부서비스에 장애가 빚어지고 있다. /사진=뉴스115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판교캠퍼스에서 불이나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 이날 오후 카카오 등 데이터 관리 시설이 입주해있는 이 건물 지하에서 불이나면서 카카오톡, 카카오택시 등 일부서비스에 장애가 빚어지고 있다. /사진=뉴스1


카카오 (47,950원 ▲450 +0.95%) 창사 이래 최장기간 오류에 네이버(NAVER (182,900원 ▲2,800 +1.55%))·우티 등 경쟁 서비스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카카오톡 정상화까지 시일이 더 걸리면 자칫 '국민 메신저' 지위를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하나의 플랫폼을 중심으로 여러 서비스를 확장하는 사업모델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진단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6일 오전 국내 애플 앱스토어에서 네이버 관계사 메신저 '라인'이 무료 인기 앱 1위에 올랐다. 애플은 24시간 이내 다운로드 건수를 기반으로 순위를 매기는데, 이달 초만 해도 100위권 밖이었던 라인이 전날 오후 7위, 이날 오전 1위로 급등했다. 지난 5일 84위였던 텔레그램도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카카오톡 먹통이 10시간가량 이어지자 이용자들이 대체 앱을 찾아 나선 결과다. 특히 네이버는 전날 오후 7시부터 모바일 앱 첫 화면에 '긴급한 연락이 필요할 때 글로벌 메신저 라인을 사용하세요'란 광고를 내보내며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카카오톡 MAU(월간활성이용자)는 4340만여명으로 라인(156만명)의 27배 수준이다.

택시 호출 수요가 몰리는 주말 저녁 '카카오T' 먹통이 계속되자 우티·타다·아이엠택시 이용자도 늘었다. 이달 초 82위였던 우티는 현재 2위로 올라섰다. 우티는 택시호출 수요가 몰리자 전날 택시기사 프로모션을 홍보하며 운행을 독려했다. 우티는 주말에 오후 5시~오전 5시 운행 횟수마다 최대 6000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티맵모빌리티도 자사 SNS에 카카오모빌리티를 겨냥해 '노란택시도, 노란대리도 불러도 소식없다면? 빠른호출, 빠른도착 티맵대리'란 광고를 띄웠다.

/사진=모바일인덱스/사진=모바일인덱스
카톡 중심 무한확장 독 됐나…'옥석 가리기' 필요
네트워크 효과가 강한 메신저 특성상 단기간 내 카카오톡 지위가 흔들리긴 쉽지 않다. 네트워크 효과란 특정 상품에 대한 수요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대체재가 있더라도 지인들이 많이 쓰는 서비스를 택하는 경우를 말한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라인으로 갈아탔는데 주변 이용자가 없다"라는 반응이 나온다.

다만 최근 카카오톡 오류가 잦고 비대해지면서 국민 메신저 타이틀을 잃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1세대 인터넷기업 중에선 위기 대응에 실패해 대중으로부터 잊힌 경우도 많다. 싸이월드가 대표적이다. 스마트폰 등장에도 PC 서비스를 고수하다 2011년 3500만 회원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이용자들이 대거 떠났다. 프리챌도 섣불리 유료화에 나섰다 외면받았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문제는 카카오뱅크·페이·쇼핑 등 공동체 서비스가 카카오톡 기반인 만큼, 카카오톡 인기가 시들해지면 다른 사업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톡이란 플랫폼 영향력을 바탕으로 136개 계열사(지난 5월 기준)를 무한 확장한 부메랑인 셈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산만한 사업모델을 선택과 집중해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삼성전자에 문제가 생겼다고 삼성그룹의 금융·호텔사업까지 흔들리진 않는다며 "카카오는 한 플랫폼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모델을 확장했을 때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사업체는 여러 개지만 서비스는 독립적이지 않은 '쪼개기' 문제가 그대로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기간 성장 위주의 전략만 택하다 보니 내실을 다지고 위기 대응 역량을 높이는 데 소홀한 것 같다"라며 "지금이라도 책임질 만한 사람이 전면에 나서 산만한 비즈니스모델을 점검하고 정리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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