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시대 '연금개미' 늘어나는데...금리형ETF는 위험자산?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22.10.1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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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회사의 퇴직연금 계좌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이른바 '연금 개미'들이 매년 늘고 있다. 세액공제 등 절세효과가 입소문 난데다 최근에는 증시 부진과 고금리로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수요까지 몰리고 있어서다. 하지만 일부 상품의 경우 자산 분류 규정 미비로 투자에 제한이 있어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형 증권사 개인형 퇴직연금(IRP) 잔액 중 ETF에 투자하고 있는 금액 비중은 2018년 말 2%대에 그쳤지만 2021년 말 기준 16~18%대까지 10%포인트 이상 크게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IRP 계좌로 ETF에 투자한 금액은 2018년 말 178억원에 불과했지만 2021년 말 7815억원으로 3년만에 4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ETF는 국내외 각종 인덱스펀드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현재 ETF를 담을 수 있는 퇴직연금 계좌는 증권사의 확정기여형(DC)과 IRP 계좌인데, 손실 가능성이 큰 상품의 보유 비율을 70%로 제한한다. 최소 30%는 안전자산에 투자하라는 취지다. 문제는 퇴직연금 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의 성격이 주식형과 채권형, 주식혼합형, 채권혼합형 등 주식과 채권 위주로 단순 분류돼 있다는 점이다. 해당 분류에 속하지 못하면 실제 자산의 성격과 무관하게 위험 자산으로 취급돼 투자에 제약이 생긴다.

현행 퇴직연금 감독규정 제12조 제1항 1호에 따르면 "약관 또는 정관상 주식의 투자한도가 집합투자기구 자산총액의 100분의 40 이내이고 투자적격 등급 이외의 채무증권에 대한 투자한도가 100분의 30 이내인 증권형 집합투자증권 등일 경우 100% 투자 가능하다"고 돼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금리 인상기에 안정적인 상품으로 평가받는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 ETF,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ETF 등은 특별자산으로 취급돼 2등급(높은 위험)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해당 상품들은 각각 한국 무위험지표금리(KOFR),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수익률을 추종한다. 보수적인 금리형 상품이라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지 않지만 손실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장점인데, 단순 분류로 인해 위험자산으로 취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금리형 상품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는 만큼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형 ETF는 사실상 안전자산에 속하는데, 규정의 조문 상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다보니 오히려 투자자의 투자 기회 제한하고 있는 셈"이라며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퇴직연금 계좌를 이용해 ETF에 투자하는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규정을 현실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달 중 퇴직연금 운용규제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운영규제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해당 규정에 대한 문제점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지만, 업계의 요구가 있다면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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