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재조사, 한달만에 초고속 처리한 공정위...왜?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2.10.1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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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2022.10.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2022.10.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 살균제' 부당 광고 혐의 사건을 재조사 착수 한 달 만에 최종 마무리한다. 조사 대상인 SK케미칼, 애경산업의 위법성이 인정되면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공정위의 사건 처리는 짧아도 수개월, 길면 수년까지 걸리는데 이번 사안은 처분·공소 시효가 임박한 점을 고려해 공정위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4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SK케미칼, 애경산업의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심의를 오는 26일 또는 28일 진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사건 처분·공소 시효(공정위 판단은 각각 10월 30일)가 지나기 이전에 의결서(법원의 판결문에 해당)가 각 기업에 도달해야 하는 점, 사안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공정위는 26일 전원회의에서 이번 사안을 다룰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 재조사를 시작한 시점이 지난달 29일 이후라는 점을 고려하면 조사 착수 한 달 만에 사건을 최종 마무리하는 셈이다.

지난 2016년 공정위는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의 제조사인 SK케미칼, 판매사인 애경산업을 상대로 조사에 나섰다. 이들 업체가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 정보를 은폐·누락하고 안전·품질을 확인받은 것처럼 광고해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다. 그러나 당시 공정위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의 인체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의절차를 종료했다. 사실상 무혐의 판단을 내린 것이다.



환경부가 2017년 CMIT·MIT 성분의 인체 위해성을 인정하면서 공정위는 다시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2018년 애경산업과 SK케미칼에 각각 과징금 8300만원, 3900만원을 부과했다. 아울러 SK케미칼 법인 및 전직 대표이사 2명, 애경산업 법인 및 전직 대표이사 2명을 각각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한 가습기 살균제 생존 피해자가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책임 보상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2022.10.04.[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한 가습기 살균제 생존 피해자가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책임 보상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2022.10.04.
공정위가 이번에 세 번째 조사에 착수한 것은 최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헌재는 지난달 29일 공정위가 2016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심의할 때 총 3건의 인터넷 기사를 심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공정위는 제품 라벨, 회사 홈페이지 광고 등을 심사 대상에 포함했지만 인터넷 기사는 광고가 아니라고 보고 대상에서 제외했다. 같은 해 9월 공정위 결정에 대한 가습기 피해자의 헌법소원이 있었는데 헌재가 해당 인터넷 기사도 표시광고법상 광고로 볼 수 있다고 최종 결론을 내린 것이다.

헌재의 결정 이후 공정위는 즉시 재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법 위반 행위 종료일(해당 가습기 살균제의 상점 진열이 확인된 마지막 시점)이 2017년 10월 31일이라 처분·공소시효(각각 5년)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판단할 때 이달 30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을 고려해 조사 착수 약 일주일 만인 이달 7일 사건을 상정했고 이달 말 심의를 거쳐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SK케미칼, 애경산업이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이 이뤄질 전망이다. 공정위가 두 기업을 고발할 경우 공소시효 만료 전 검찰 기소가 이뤄져야 해 시간이 촉박하다. 다만 업계는 검찰과 공정위가 이런 사실을 고려해 사전에 관련 자료를 공유하는 등 업무 조율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재조사 사건이고 처분·공소시효가 임박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지만 공정위 조사가 한 달 만에 마무리되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라며 "공정위 심사관이 상당히 기민하게 움직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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