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완치 후 두달째 기침"…후유증 '뇌까지' 파고든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2.10.1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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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울=뉴스1)


이제 누적 확진자기 2505만2677명으로 인구의 절반 가량이 확진됐다. 1000만명으로 추정된 '숨은 감염'까지 더하면 인구의 약 70%가 이미 코로나19를 경험한 셈이다. 국민 상당수가 감염된 만큼 의료계에서는 신규 감염을 막는 것 이상으로 코로나 후유증 관리가 중요해졌다는 조언이 나온다. 특히 후유증이 두 달 이상 지속되는 '롱 코비드(Long Covid)'가 문제인데 피로와 기침 등 일반적 후유증을 넘어 코로나가 뇌와 같은 인체 주요 기관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온다. 확진자들의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다는 연구도 보고된다. 국민 건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세밀한 추가 관찰과 연구가 필요한 셈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3일 0시 기준 신규확진자 수가 2만6957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날 신규확진자 수는 전주보다 1691명 줄었다. 전일보다는 3578명 감소했다. 유행이 8월 정점을 찍은 후 확진자 규모는 지속적으로 감소한다.



유행은 둔화되지만 누적 확진자 수는 전 국민 50% 수준인 2500만명을 넘겼다. 이날까지 누적 확진자 수는 2505만2677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에 걸렸지만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미확진 감염자'가 1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방역당국의 조사 결과까지 감안하면 전체 감염자는 3500만명 수준이다. 이는 전체 인구의 70%에 육박하는 규모다.

상당수가 이미 감염된 만큼 이제 신규 확진 규모를 줄이는 것 이상으로 감염자들의 후유증 관리가 국민 건강 관리를 위해 중요해졌다는게 의료계 시각이다. 정부는 롱코비드 관련, 소아·청소년부터 일반 성인까지 포함한 국민 1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해 내년 상반기 치료·관리를 위한 지침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에 감염된 사람들의 추가적 합병증과 후유증을 장기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의 중요성이 그만큼 높아졌다"고 말했다.



후유증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도 이미 많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후유증 상병코드가 신설된 2020년 10월부터 2022년 7월까지 22개월간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5만4463명으로 집계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롱 코비드는 코로나19 발병 3개월 이내에 시작돼 최소 2개월 이상 증상이 있으면서, 다른 진단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로 정의된다. 일반적으로 두통, 인지 저하, 피로감, 호흡곤란, 탈모, 우울·불안, 두근거림, 생리주기 변동, 근육통 등 200여개의 다양한 증상이 롱 코비드의 증상으로 보고됐다. 다수 확진자는 단기에 후유증을 회복하지만 20% 안팎의 환자는 다양한 증상을 중장기적으로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로와 기침 등 일반적 증상 외에 최근에는 코로나가 뇌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 속속 나온다. 미국 N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연구진은 최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연례총회에서 코로나19의 대표적 후유증인 후각상실이 인지 저하의 강력한 전조현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후각상실을 경험한 55∼95세 성인 76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들이 코로나19 감염 후 1년에 걸쳐 겪은 신체적, 인지적, 신경정신과적 변화를 추적했다. 조사 대상자의 3분의 2는 일정 정도의 인지 손상을 보였으며 대상자 절반은 인지 손상 정도가 심각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4월에도 후각 상실이 뇌 손상과 연관돼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연구팀은 2020년 4월부터 2021년 9월 사이 사망한 코로나19 환자 23명을 부검한 결과, 후각이 상실된 사람들의 뇌에서 손상의 증거를 발견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미국의학협회(JAMA)가 공식 발간하는 신경학분야 저명 학술지 '자마 뉴롤로지'(JAMA Neurology)에 지난 4월 11일 게재됐다.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사람들의 뇌 노화 현상이 빨라졌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됐다. 옥스포드대 연구팀은 코로나19 확진자 401명과 대조군 384명의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비교한 결과, 확진자들의 뇌 회백질이 감소하고 뇌의 노화 현상도 빨라졌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했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의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속속 나온다. 영국 의학 저널 '랜싯 당뇨병·내분비학'(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에 미국 VA 세인트루이스 의료시스템 지야드 알-알리 박사팀이 게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1년 안에 당뇨병 진단을 받을 위험이 미확진자 보다 40%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 뒤셀도르프 하인리히 하이네 대학의 라이프니츠 당뇨 연구센터 연구진도 코로나19 확진자의 2형 당뇨병 위험이 28% 높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확진자의 당뇨병 발병 위험이 미확진자보다 40% 높다는 연구 결과 관련, 네이처는 확진자 1000명 중 13명 정도가 당뇨병 진단을 받은 것과 같은 의미라고 평가했다. 확진자들의 당뇨병 발병 확률이 1%를 넘는 셈이다.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은 호흡 곤란과 미각 소실 등 코로나19의 대표적 후유증 보다 국민 건강에 미칠 위험성이 상당이 높다. 국내 의료계에서도 이제 본격적 관찰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당뇨 발병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는 합리적 의심, 또는 추정을 할 수 있는 기본 자료로서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고 본다"며 "다만 확실한 인과관계를 검증하는 작업은 어렵고 상당히 오랜 기간 연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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