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앤락 보온병 밀폐용기
파격 배당이다. 주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관용품을 만드는 업체인 락앤락 (8,700원 ▲10 +0.12%)이 대규모의 배당 계획을 발표한 것. 통상 높은 배당이 발표되면 '돈 잘 버는 기업'으로 인식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지만 이번엔 달랐다.
락앤락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배당이라는 게 시장 안팎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인수 당시 주가보다 60% 이상 하락한 현재 PEF가 '울며 겨자먹기'로 파격 배당을 선택했다는 의미다.
지난 11일 락앤락은 주당 1653원 배당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배당금 총액은 829억8133만원으로 지난해 벌어들인 총 영업이익 325억원의 약 2.55배 수준이다. 공시 당일 종가 기준으로 시가배당율은 23%다.
지난해부터 락앤락은 보유 부동산과 해외 법인을 정리하면서 현금을 확보해나갔다. 지난해 베트남 법인이 보유한 300억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했다. 아울러 중국으로의 제품 생산을 담당하는 위해하나코비일용품유한공사도 팔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4개 분기 합산 기말 현금및현금성자산 7379억원이다. 이번 배당총액이 약 830억원임을 감안하면 배당을 하기엔 충분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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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고 투자자들이 바라는 '실적 대박'으로 폭탄 배당을 단행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락앤락의 연환산 분기별 순이익은 2017년 이후 감소추세이기 때문이다.
어피니티는 현재 인수 당시 주가의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한 만큼 투자이익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피니티는 특수목적법인(SPC) 컨슈머스트랭스(Consumer Strength Limited)를 설립해 지배하고 있다.
당장 이번 배당으로 어피니티는 약 562억원을 챙기게 되지만 엑시트를 하기엔 향후 주가 흐름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오는 12월4일 3496만1267주에 해당하는 주식담보대출 계약의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에 만기를 연장하려면 당장의 이자비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금융투자업계는 분석한다.
최근 인수금융 기한이익상실(EOD) 발생도 어피니티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화장품 '미샤' 브랜드로 유명한 에이블씨엔씨 (6,590원 ▲120 +1.85%)에 투자한 IMM프라이빗에쿼티의 인수금융 만기일이 도래했지만 대주단 중 한 곳인 신협이 연장에 동의하지 않다 EOD 상황에 처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주자본주의의 '끝판왕'인 PEF가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의 경우 엑시트를 위한 자금 회수를 위해 파격적인 배당이 많았고 락앤락도 그런 경우 중 하나"라며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어피니티도 배당으로 투자비용을 일부 회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