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미 반도체 장비 공급업체들이 중국에 파견한 직원들을 철수시키고, 현지 사업 활동도 일시 중단하고 있다"며 "중국의 반도체 기술을 견제하겠다는 정부의 조치가 미 업계에 더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KLA, 램리서치 등 미국 반도체장치 공급업체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 발표 이후 중국 주요 반도체업체에 대한 신규 장비 지원을 중단했다. KLA는 SK하이닉스 등을 고객사로 둔 미 최대 반도체 장비 공급업체로 앞서 중국 현지 기준으로 11일 오후 11시 59분부터 납품을 중단한다는 이메일 공지를 중국 기반 고객사에 배포한 바 있다.
반도체 장비 공급업체들은 일반적으로 주요 고객사 공장에 자사 인력을 배치해 납품한 장비를 관리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해 왔다. 그러나 이번 철수 조치로 YMTC 등 미 업체의 고객사는 반도체 장비 업그레이드, 유지·보수, 신기술 적용 등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YMTC는 미국 행정부가 자국산 기술·장비 사용 여부 검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지정한 국가 관심 대상 이른바 '미검증명단'(unverified list)에 오른 중국 31개 업체 중 하나다.
WSJ은 "미 반도체 장비 공급업체들의 이런 움직임이 일시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수출 규제가 중국 반도체 산업 성장을 막는 동시에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는 물론 미국 공급업체의 중국 사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즉각적인 신호"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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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뉴스1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비벡 아리아 분석가는 "미국 정부의 최근 규제는 중국과 경제적·지정학적 갈등을 심화하고, 미 반도체 장비 업계의 매출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라며 "2023년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얼즈 등 반도체 장비 업체의 매출은 최대 70억 달러(약 9조996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의 새로운 규제는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램리서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공급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올해 4분기 매출 전망치를 기존 대비 4억 달러(약 5709억원) 하향 조정했다고 WSJ은 전했다.
WSJ에 따르면 KLA, 램리서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등 미국 대표 반도체 장비 공급업체 3개 사의 전체 매출 중 중국의 비중은 30%에 달한다. 지난 7일 미국의 신규 규제 발표 이후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의 주가는 7.98%, KLA는 12.53%, 램리서치는 13.57%가 빠졌다. 보스턴컨설팅그룹 집계 결과 현재 세계 반도체 장비 공급 시장에서 미국 기업의 점유율은 41%이고, 중국은 5% 미만으로 한참 뒤떨어져 있다.
한편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도 미국의 수출 규제 피해기업 중 한 곳이 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ASML은 이날 미국 내 직원들에게 중국 내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삼갈 것을 지시했고, 이번 통제로 어느 공장이 영향을 받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미국의 수출 제한 조치에 따라 개별 심사 대상으로 분류됐던 한국 삼성전자 (77,000원 ▼1,600 -2.04%)와 SK하이닉스 (173,200원 ▼6,600 -3.67%)는 앞으로 1년간 미국 규제 없이 중국 공장에 장비를 공급할 수 있는 유예 기간을 확보해 일단 한숨 돌렸다. 하지만 이번 유예 조치가 1년 뒤에도 계속 적용될지는 아직 알 수 없기 때문에 수출 제한 조치 불확실성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