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SBS '천원짜리 변호사'
이후에 방영된 tvN '작은 아씨들'과 SBS '천원짜리 변호사'에서, 거듭 공민정을 재회(?) 했을 때, 유독 반가웠던 건 아마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주목받는 작품마다 모습을 연달아 드러냈음에도 여전히 배우의 본명이 '표미선'인지, '장마리'인지 아리송해 고개를 갸웃했던 것은, (열악한 내 기억력 탓이기도 하지만) 출연하는 매 작품 속 캐릭터 그대로 흠뻑 녹아들었던 공민정의 농도 짙은 융화력 덕분이었다.
사진제공=tvN '작은아씨들'
'천원짜리 변호사'에서 검사로 등장한 공민정도 여전히 좋다. 법조물이라는 특성상 간혹 공분할 사건들이 다뤄지는 와중에도, 공민정이 맡은 나예진 캐릭터가 화면에 등장하면 왠지 잠시 느슨하게 마음을 내려놓고 쉬어가는 기분이 든다. 어떤 상황에서도 든든한 우군이 되어줄 것 같은 강한 신뢰감 같은 것이 자연스레 피어난다고 해야 할까. 똑 부러지고 실력 있는 검사,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그리고 천지훈(남궁민) 검사 시절의 선배 등으로 '천원짜리 변호사' 세계관 속 성능이 탁월한 완충 장치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한다. 비중이나 분량 따위는 우습게 뛰어넘어버리는 초월자와 같은 존재다. 스토리 전개의 핵심키를 쥐고 있지 않을지언정, 극이 흘러가는 방향에서 결코 부재해서는 안 될 캐릭터다. 내 곁에서 언제라도 툭 튀어나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같은 인물은, 배우 공민정의 내공 가득한 생활 연기에서 비롯됐다.
'천원짜리 변호사'를 착실하게 정주행 하고 난 이후에는, 공민정의 시작점이 됐다는 여러 독립 영화 출연작들을 부지런히 찾아볼 요량이다. 그 속에서 기자, 작가, 면사무소 직원, 사회 복지사, 영화감독, 선생님, 축구감독, 형사 등으로 무한하게 변화하고 확장하는 공민정의 연기를 느긋하게 역주행하고 싶다. 그렇게 축적된 경험이, 앞으로 또 다른 작품에서 맞닥뜨리게 될 공민정 배우의 새로운 작품과 캐릭터에 이전보다 더 깊숙하게 빠져들게 이끌어줬으면 한다. 발견이 늦었던 만큼, 더욱더 오래오래 여러 작품에서 유유히 헤엄치듯 연기하는 배우 공민정의 앞날에 기대를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