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낀 아파트도 '신탁' 가능... 신탁업 개선, 조각투자 제도권 안으로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김하늬 기자 2022.10.13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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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금융위 '신탁업 혁신 방안' 마련

주담대 낀 아파트도 '신탁' 가능... 신탁업 개선, 조각투자 제도권 안으로


앞으로 신탁을 활용한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이 금전·부동산 등에만 한정돼 있던 신탁 가능 재산 범위를 채무·담보권까지 확대키로 방침을 정하면서다. 이렇게 되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끼어 있는 주택 등도 신탁할 수 있다.

또 조각 투자 등 비금전 재산 신탁의 수익증권 발행도 허용한다. 현재 한시적으로 규제 특례(샌드박스)를 받아 임시로 신탁수익증권을 발행하는 조각 투자 사업자들에게 법적 기반을 마련해주는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신탁업 혁신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주담대 낀 주택도 신탁 가능... 신탁으로 '종합 노후 관리 서비스' 받는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적극적 자산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일본·영국 등 해외에선 신탁을 활용해 종합적으로 가계 재산을 관리하는 추세다.



하지만 국내 신탁 시장은 법령상 제약으로 금융·부동산 중심으로만 발전해왔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탁재산별 비중은 금전이 절반인 50%(570조원), 부동산 35%(403조원)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종합재산은 0.04%(6000억원)로 미미한 수준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신탁이 가능한 재산이 △금전 △증권 △금전채권 △동산 △부동산 △부동산 관련 권리 △무체재산권 등 7종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사실 대부분의 자산은 담보 대출 등 빚이 끼어 있는데 법상 채무 신탁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금융위는 채무·담보권 등을 신탁 가능 재산에 추가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주담대가 있는 주택도 신탁할 수 있다. 단 과도한 채무신탁에 따른 위험을 막기 위해 순자산가액이 마이너스가 되는 수준의 채무 신탁은 할 수 없다.

또 금융위는 보험금청구권도 신탁이 가능하도록 법무부와 협의할 계획이다. 보험금청구권이 신탁되면 부모가 사망보험금 청구권을 신탁업자에게 맡기고 사망하면 신탁업자가 보험금을 보관했다가 자녀가 성장하면 분할 지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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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 서비스 범위도 넓어진다. 현행 자본시장법에서는 신탁업 인가를 받은 사람에게만 업무 위탁이 가능했다. 이 때문에 주로 금융회사 간에만 신탁 관련 업무위탁이 이뤄졌다.

이제는 병원·법무법인·회계법인·세무법인·특허법인 등 비금융 전문기관도 신탁 업무 일부를 맡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고객이 동의하면 신탁업자가 자신의 업무 일부를 검증된 외부 기관에 맡기는 방식이다.

고객은 신탁업자와의 계약을 통해 세제·법률 자문에 전문성 있는 법무법인 서비스나 치매 노인 돌봄·요양에 특화된 의료법인·병원 서비스 등을 손쉽게 받을 수 있다.

수익증권 발행 허용 '조각 투자' 제도권 안으로... 가업승계 목적 땐 '의결권 15%' 제약 푼다
현재 규제 특례로 조각 투자 서비스하는 '카사', '루센트블록',' 소유', '펀블'(부동산), 뮤직카우(음악 저작권료 청구권)에게 신탁업 혁신 방안은 '시한부 살이 청산'을 의미한다.

빌딩이나 저작권을 신탁해 수익증권을 발행하고 일반투자자를 모집하는 형태는 아직 법적 근거가 없다. 이들이 규제 특례를 통해 서비스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정부는 조각 투자 등 혁신 서비스 제도화를 위해 빌딩·저작권 같은 비금전 재산신탁의 수익증권 발행을 법적으로 허용한단 방침이다.

고영호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현재 규제 특례를 통해 임시로 신탁수익증권을 발행 중인 조각 투자 서비스가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조각 투자 제도개선은 수익증권 발행과 관련한 법적 근거일 뿐이다. 이렇게 발행한 수익증권을 조각 투자업자가 자체 플랫폼을 통해 '유통'하는 건 별도 논의 과제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사진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뮤직카우 본사 모습. 2022.04.21.[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사진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뮤직카우 본사 모습. 2022.04.21.
당국은 또 중소·중견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위해 신탁 의결권 15% 제한을 풀기로 했다. 현재는 가업승계를 위해 지분 20%를 신탁회사에 수탁해도 15%까지만 주식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신탁업자의 신탁을 통한 우회적인 지분 취득을 막기 위해 의결권 행사를 15%로 막아놨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간 중소·중견기업에서는 안정적인 가업승계와 일자리 보존을 위해 의결권 제약을 풀어달라고 요구해왔다.

정부는 15% 의결권 행사를 일정 조건이 맞춰지면 모두 풀어주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중소·중견기업 사주가 위탁자(자산을 맡기는 사람)이고 생전 수익자여야 하고 △사주가 자사주를 신탁해야 한다.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위탁자 생전에 설정된 신탁이거나 △신탁업자가 '가업승계신탁'의 명칭으로 신고한 약관에 따라 체결된 신탁은 온전히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허용한다.

이외 신탁된 주택의 주택연금 가입도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꾼다. 현행 주금공법(한국주택금융공사법)상 개인 소유 주택만 주택 연금을 가입할 수 있었다. 주택을 신탁한 뒤로는 소유권자가 신탁업자로 변경돼 주택연금을 가입할 수 없었다.

당국은 주택이 고령층 주요 재산인 점을 감안해 주택 연금 가입 요건을 충족하면 신탁된 주택도 주택 연금 가입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하기로 했다.

고 과장은 "올해 안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 관계기관 협의를 끝내고 내년 1분기 국회 논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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