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주식은 물렸는데…" 채권파는 증권사들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22.10.13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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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올 들어 주식시장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증권회사들이 '부업'으로 여기던 채권 판매에 열을 올린다. 국내 채권 시장은 기관투자자 중심이었다. 하지만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위험자산보다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미국발 고금리의 영향으로 확정형 고금리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소위 '그들만의 리그'로 분류되던 채권 시장의 판도도 바뀌었다.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대형사들이 앞다퉈 개인투자자를 겨냥한 채권 특판 상품을 내놓았고 '월이자지급식 채권'이라는 새로운 상품도 등장했다.



통상 채권은 개인투자자의 소액 투자보다 기관투자자의 비중이 높아 최소 3개월 단위로 이자를 지급해왔다. 하지만 갈 곳을 잃은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채권으로 몰리자 '은행처럼 다달이 이자를 주겠다'는 콘셉트의 채권 상품이 탄생한 것이다.

증권사들의 마케팅 경쟁도 뜨겁다. "1분 만에 완판"이라는 홈쇼핑에서나 볼 법한 문구가 등장할 정도로 특판 경쟁이 치열해졌다. 실제 개인투자자들의 자산별 투자 비중도 변화를 보였다.



최근 공격적으로 채권을 판매하고 있는 A증권사의 개인 고객 자산군별 주식 채권 비중을 살펴보면, 예탁 자산 중 채권비중은 2020년 말 기준 1.84%에서 2021년 말 1.86%로 대동소이했다. 하지만 지난 9월말 기준 4.43%로 2.56%p(포인트) 증가했다. A증권사가 판매 중인 'AA등급 3년 이하 월이자지급식 여전채'는 지난 8~9월 두 달여만에 2000억원 이상 판매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채권 투자 열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금리 인상이 잦아들더라도 '제로금리' 시대로 돌아갈 가능성은 적다는 판단에서다. 또 1960년 전후에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증권사들의 채권 판매 경쟁도 더 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투자자보호와 관련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채권이 주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만기가 있는 상품이니 만큼 중간에 매도할 경우 손해를 보는 상품이 있고 파는데 아예 제약이 있는 상품도 있다.


또 상품 자체의 신용 등급 변화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도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상품을 판매할 때 이 같은 점을 충분히 안내하고 판매하고 있지만, 일부 영업현장에서는 신용 등급 변화 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안내하지 않고 고금리만 강조하는 등의 영업 행태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설명서 등을 고지하고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지만 대충 보고 사인하는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금융상품의 경우 문구 하나로 나중에 소비자보호와 관련한 분쟁이 생길 수도 있는 만큼 투자 위험에 대해 충분하게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 이슈에 안전지대는 없다. 여러 금융사를 위기로 몰아넣은 불완전판매 사건들은 판매 당시에는 별다른 징조를 보이지 않았던 상품들이 많다. 오히려 '안전한데 수익률도 높다'는 식의 포장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간 경우도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채권이 인기라고 해서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 세계적인 금융혼란기에 100% 안전한 투자상품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 증권부 차장 전혜영머니투데이 증권부 차장 전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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