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회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2022.10.1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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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업계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국회가 2020년 3월 통과시킨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그 이후 택시기사들의 생활은 나아졌을까.

수많은 택시기사들이 업계를 떠났고 시민들은 택시 대란으로 일상에 불편을 겪고 있다. 호출 승차료까지 올라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며 택시 수요는 늘었지만 기사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기존 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은 고민하지 않고 입법이라는 수단을 통해 국회가 신산업을 때려 막은 결과다. 이런 경험을 해놓고도 국회는 또다시 많은 국민들이 이용 중인 IT 서비스를 가로막으려는 시도에 나섰다.

이번에는 '직방 금지법(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여야 의원 20여명이 동참한 법안에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한공협)에 공인중개사들이 의무 가입하는 조항이 담겼다.



또 한공협을 법정 단체로 인정하고 한공협은 회원을 '지도·관리'하며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를 단속 가능하다. 회원이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하면 한공협은 정부에 행정처분을 요청할 수 있다.

법안은 무등록 불법 중개 행위를 막아 국민 재산권을 지키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한공협이 직방 같은 프롭테크 기업에 협력하는 공인중개사를 통제할 수 있고, 플랫폼을 시장 교란 행위로 단속 가능해 혁신 서비스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공협은 이런 우려에 대해 "단속권을 가진다고 해서 프롭테크 서비스를 이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 불가능하다. 전세 사기, 무등록 중개업자나 컨설팅을 빙자한 불법 업체 등을 없애는데 기여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법적 권한을 갖게 되면 프롭테크 플랫폼과의 이해 충돌이 발생할 개연성이 크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해 발의된 비슷한 법안에 대해 "특정 협회가 독점적 지위와 권한을 갖게 되면 구성 사업자들의 사업 활동을 제한하고, 경쟁 제한적 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지금은 복덕방을 전전하며 방을 구하거나 발품 팔아 서초동 법률사무소를 돌며 사연을 읊어야만 하는 시대가 아니다. 타다가 사라지고 나서 피해를 본 것은 일반 국민의 이동권이었다. 이번 법안이 국회가 혁신을 가로막은 또다른 사례로 남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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