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빅스텝' 가계도 기업도 '곡소리'…14개월간 이자만 64조↑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22.10.1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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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0.50%p 올리는 두번째 빅스텝 단행
가계이자 6.9조 증가 추산, 작년 8월이후 34.5조 늘어
기업도 이자부담 6조 늘어, 14개월새 30조 증가 추산
대출금리 8% 시대 열릴듯, 예금금리도 5% 진입 임박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10일 서울 시내의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매물정보가 붙어 있다. 서울 아파트 월세 수급지수가 지난 8월 100.1로 올해 처음으로 100을 넘겼다. 반면 서울 아파트 전세 수급지수는 6월 94.2, 7월 91.3, 8월 87.7 등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전·월세 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집을 구하려는 세입자보다 세를 놓으려는 집주인이 많다는 뜻이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려는 세입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2022.10.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10일 서울 시내의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매물정보가 붙어 있다. 서울 아파트 월세 수급지수가 지난 8월 100.1로 올해 처음으로 100을 넘겼다. 반면 서울 아파트 전세 수급지수는 6월 94.2, 7월 91.3, 8월 87.7 등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전·월세 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집을 구하려는 세입자보다 세를 놓으려는 집주인이 많다는 뜻이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려는 세입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2022.10.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은행이 예상대로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에 대출금리 8%, 예금금리 5% 시대가 연내 현실화할 전망이다. 금리 인상은 고소득자나 부유층에는 현금 자산을 불릴 기회가 되지만 빚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차주와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은 상환 부담에 부실 절벽에 내몰리는 양극화로 나타난다.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지난해 8월 이후 전체 가계와 기업이 부담하는 이자만 약 64조원 가량 불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한은 금융통위원회는 12일 기준금리를 2.50%에서 3.00%로 0.50%p 인상했다고 발표했다. 한은의 빅스텝은 지난 7월 이후 두 번째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소비자물가와 환율 급등세, 미국과의 금리 격차 등을 감안한 것이다. 기준금리가 3%에 진입한 건 2012년 10월 이후 꼭 10년 만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 오름폭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고정형(혼합형·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 적용)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89~7.082%로 상단금리가 7%를 넘는다. 변동형 주담대는 상단금리가 6.793%로 7%를 넘나들고 있다. 신용대출(1등급·1년)과 전세대출도 상단금리가 각각 6.94%, 6.545%에 달한다.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은 시장금리를 끌어올려 대출금리가 연내 8%대로 진입하고, 예금금리도 조만간 5%를 넘어설 전망이다. 당장 기준금리가 0.50% 오르면 가계 이자부담은 약 6조9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6월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1757조9000억원)에 예금은행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8월말 78.5%), 대출금리 인상 추정치(0.50%p)를 대입한 결과다. 차주(대출자) 1인이 부담하는 연간 이자도 32만1000원 가량 늘어난다.



또 '빅스텝' 가계도 기업도 '곡소리'…14개월간 이자만 64조↑
지난해 8월 이후 이달까지 기준금리가 2.50% 수직상승(0.50→3.00%)하면서 증가한 가계 연간 이자부담액은 34조5000억원(차주 1인당 약 161만원)에 이른다. 한은이 11월에도 추가 금리인상(0.25%p)을 단행하면 가계가 지난 15개월 동안 부담해야 하는 추가 이자액은 38조원 가량으로 불어난다.

한은은 최근 국정감사 제출 자료에서 금융부채를 가진 약 38만 가구가 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 고위험가구는 유사시 집을 비롯한 보유 자산을 다 팔아도 대출을 완전히 갚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 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전체 금융부채의 6.2%인 69조4000억원에 이른다.


회사채 금리가 크게 올라 은행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도 버티기 힘들긴 마찬가지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기준금리 0.50%p 인상으로 기업대출 금리가 0.52%p 오른다고 가정하면, 기업들이 더 내야 하는 이자는 6조125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 2.50%p 인상으로 늘어난 기업들의 이자부담액은 30조원을 훌쩍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미 4% 후반대로 진입한 은행 예금금리도 5% 시대가 눈앞이다. 은행 예금금리는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연 3%대 초반이었으나 최근 최고 연 4.65%까지 뛰었다. 우리은행의 비대면 전용 정기예금인 '원(WON)플러스 예금' 1년제 금리가 연 4.65%로 가장 높고, 케이뱅크 '코드K정기예금과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1년제 금리도 각각 4.60%, 4.50%까지 올라왔다. 5대 시중은행 정기 예적금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799조8141억원으로 불어나 곧 사상 처음으로 8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690조366억원)과 견줘 올 들어 110조 가까이 뭉칫돈이 몰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가 최고 8%까지 오르고 정기예금 금리가 5%를 넘어선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이 마지막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예금금리 인상은 빚이 적고 현금 자산이 많은 고소득자에 버팀목이 되지만 대출금리 인상으로 취약계층은 더 어려워지는 양극화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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