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美의 길 vs 中의 길…한국의 선택은?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2.10.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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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시진핑 천하]⑥ '아슬아슬' 공급망·대만해협…시진핑 목소리 커진다

편집자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임박했다. 마오쩌둥 이후 첫 장기집권 지도자다. '중국몽'을 외치며 중국을 세계의 중심에 세우겠다던 목표는 서구와 갈등, 경제 위기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 덩샤오핑 이후 확립된 집단지도체제는 시진핑 1인 체제로 바뀐 지 오래다. 오늘날 중국은 거대한 실험실이다. 중국의 오늘과 내일을 짚어보고 예상해본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성부급 간부 세미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10년간 3대 중요 사상과 과학적 발전관을 견지하고 신시대 중국 사회주의 사상을 전면적으로 관철했다"라며 "전략적 조치와 변혁적 실천으로 성과를 거뒀다"라고 자평했다. 2022.07.28.[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성부급 간부 세미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10년간 3대 중요 사상과 과학적 발전관을 견지하고 신시대 중국 사회주의 사상을 전면적으로 관철했다"라며 "전략적 조치와 변혁적 실천으로 성과를 거뒀다"라고 자평했다. 2022.07.28.


지난달 28일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Chip4, 한국·미국·일본·대만) 예비회의가 외교가의 예상을 깨고 대만 주재 미국대사관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 주관 하에 화상으로 열렸다. 원래는 칩4를 주도하는 국가가 미국이고 첫 회의라는 점에 비춰 미국 본토에서 열릴 것이란 관측이 돌았던 이벤트다.

특히 개최지 확정 전 "굳이 대만에서 첫 회의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외교가에서 돌았다. '21세기 화약고'로 불리는 대만 해협 문제로 인해 G2(미국·중국)가 대치 중인 국면을 감안한 예상이었다. 그런데 타이베이에 있는 AIT가 행사를 주관하면서 대만이 부각된 격이 됐다. 타이베이는 한국·미국·일본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표명한 중국과 수교하면서 단교한 대만의 수도다.



중국 측은 칩4를 미국의 기술패권주의 첨병이라며 비판하며 중국을 포함한 '칩5' 체제를 요구해 왔다.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 3기를 맞으면 공급망·대만해협 등 아슬아슬한 현안을 두고 한국을 향한 압박·구애를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정국 배제 아니다"…왜 칩5 안하나
윤석열정부를 비롯한 칩4 참여국 정부들은 "특정국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번번이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그렇다고 중국을 초청한 것은 아니었다. 이런 각국의 입장 표명이 실제로는 '외교적 수사'에 그칠 뿐 대(對) 중국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수순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5월 한국이 창설 멤버로 오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도 '특정국 배제 아님' 입장이었다.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기자들과 만나 오는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참석한다면 만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기자들과 만나 오는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참석한다면 만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산업분야에서 원천기술이 풍부한 미국과의 협력 강화는 한국 경제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하이테크놀로지를 중심으로 한 분야에 있어서 중국과의 관계를 사실상 끊고 있다"며 "중국이 산업을 발전시키는 이슈 때문이 아니라, 우리 입장에서 하이테크놀로지 분야와 관련된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미국하고 같이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시 주석의 3연임으로 중국 측이 묵혀왔던 갈등을 쟁점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위성락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시진핑은 연임에 주력하고 있어 미국과 험악하게 가도 일대 분란을 일으키지 않았다. 중국은 지금, 한미일 등 여러 군사훈련들에 대해 원론만 얘기하고 있다"면서도 시 주석 3연임과 관련, "권력 기반이 안정되면 한중 수교 30주년의 성과가 많이 사라지게 된 상황을 그냥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동맹인 미국에 좀 더 가까워야 된다는 점을 의식하고 방향성을 대체로 정해두면서 국민 여론을 모아가면 큰 국론 분열 없이 갈 수 있다"고 했다.

권위주의 복원 中…개방 확대설에 기회도?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5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10.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5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10.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석열정부가 G2 모두로부터 외교 노선에 있어 '예측 가능한 국가'로 인식되는 게 국익에 득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2015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하며 한중 밀월을 과시했다. 이듬해 주한미군 사드(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측의 한한령 보복은 중국 측이 한국의 외교노선에 신뢰감을 잃게 된 것이 한 몫을 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지난 8월에도 중국 외교부는 사드와 관련해 이른바 '3불1한'을 한국 측의 약속이라는 투로 언급하면서 우리 정부의 반발을 샀다. 3불이란 △사드 추가 배치 △미국의 MD(미사일 방어체계)체계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는 것이고 1한은 기존 배치된 사드 기지의 운용 제한을 뜻한다.

'신냉전'으로도 불리는 G2 갈등이 북핵 문제와 같은 한반도 현안 해결에서 중국의 역할에 큰 기대를 갖지 못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시 주석의 3연임에 대해 "중국 권위주의 체제의 복원과 같다"며 "권위주의 체제 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이분법적인 형태가 더 강화된다는 것으로 우리한테 긍정적인 요소는 많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라는 원칙을 정하고 흔들리지 않게 꾸준하게 한국이 나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시 주석의 3연임이 중국의 개방 확대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삼성경제연구원장 출신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시 주석의 3연임 이후 행보에 대해 "미중간 갈등속에서 중국이 할 수 없이 개방을 하는 부분들이 계속 늘어나고 미국 외에 다른 해외파트너들을 갈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기술력도 있어야 되지만 중국시장에 들어가서 생존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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