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홍 SK넥실리스 대표는 이달 11일 SK넥실리스 정읍공장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급증하는 북미 수요에 대비해 미국내 2곳의 공장 투자를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란 설명이다. 신설되는 2개 공장은 완성차·배터리 공장이 밀집한 선밸트·러스트밸리 각 지역에 마련된다. 미국·캐나다 등지의 4개 지역을 최종 투자 후보지역으로 압축하고 막판 조율 중이다.
이 대표는 "각 지역 정부의 인센티브, 전력비, 인재확보, 고객사와의 거리 등을 감안해 조만간 최종 투자지역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연내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내년 초로 순연될 수 있으며, 2025년까지 글로벌 동박 25만톤 생산체제를 마련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넥실리스 동박 두께, 머리카락 25분의 1...가장 넓고 가장 길게
SK넥실리스 동박 제품 /사진=SKC
기술력의 핵심은 동박의 얇기에 있다. SK넥실리스가 생산하는 가장 얇은 동박의 두께는 4㎛(마이크로미터)다. 1㎛는 100만분의 1m다. SK넥실리스 동박 두께가 일반 머리카락(100㎛)의 25분의 1 수준이다. 얇은 막 형태다보니 길거나 넓게 생산하기 까다롭다. 적정한 탄력을 유지하지 못하면 롤을 감는 과정에서 찢어지거나 구겨지는 일도 쉽게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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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넥실리스는 장시간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업계에서 가장 넓고, 가장 긴 동박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 최근에는 65kgf/㎟의 인장강도를 지닌 초고강도 동박을 양산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서 동박시장에서의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했다. 이렇게 완성된 동박은 배터리 음극의 핵심소재로 쓰인다. 두께가 얇을 수록 배터리 동박 함량이 높아지게 된다. 또한 넓고 긴 크기의 롤을 생산하다보니 다양한 크기의 배터리를 생산하는 고객사 대응이 쉬워지고 작업 효율도 높일 수 있게 됐다.
SKC는 SK넥실리스 증설 과정에서 생산효율성 제고에 주안점을 뒀다. 6톤짜리 동박롤이 다음 공정으로 이동하는 과정 전반이 자동화로 이뤄진다. 제어실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천장에 설치된 크레인과 바닥의 무인운반차가 정확하게 움직여 제품을 옮긴다. 제품의 이상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도입된 로봇이 샘플을 분석실까지 안전하고 신속하게 전달한다.
"25만톤 글로벌 생산체제 끝이 아니다...롯데의 동박시장 진출 환영"
SK넥실리스 정읍공장. 왼쪽 회색 지붕의 두 건물이 SKC 인수 후 완공된 5·6공장 /사진=SKC
국내 추가 동박 시설 증설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정읍공장 부지에 6개 공장이 빼곡한 들어선 상황이어서다. 생산량을 늘리는 대신 한국을 전략, 연구개발(R&D), 인력 양성, 고부가 제품 생산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북미·폴란드 공장은 현지 고객사에 대응하는 전초기지로서의 역할을, 말레이시아 공장은 원가 우위 기반의 아시아 공략 교두보로 활용한다.
SKC 관계자는 "연산량 5만톤 규모의 공장이 신설되는 각 해외사업장은 동일한 규모의 증설이 가능할 정도의 부지 확보가 이뤄진 상황"이라면서 "2025년 이후 시장 상황에 발맞춰 나머지 부지도 활용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사가 원하는 제품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상황에서 글로벌 생산체제 구축을 통해 시장 리더십과 기술 우위를 압도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원철 SKC 사장은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면서 동박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시장에서의 선의의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활기를 띨 것이라 생각돼 환영하는 입장"이라면서 "SK넥실리스는 단순 점유율 1위가 아니라, 기술력 면에서 2위와 차별화된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1위 회사기 때문에 흔들림 없이 전체 동박업계를 견인하면서 성장을 거듭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SKC는 동박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차세대 음극재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차전지 소재와 함께 미래 3대 성장축으로 삼은 반도체 소재, 친환경 소재 분야에서도 다양한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뿐 아니라 다양한 대형 M&A 소식도 발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동박 시장은 2018년 1조5000억원 규모에서 2025년 10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22%의 점유율을 보인 SKC가 글로벌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SK㈜가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린 중국의 왓슨, 대만의 창춘, 롯데케미칼에 인수되는 일진머티리얼즈 등이 2~4위권이다.